부동산 일반
땅만 있다고 못 짓는다…전력 따라 달라지는 AIDC ‘명당’
- [AI 데이터센터, 4개의 벽 넘어라]②
일반 데이터센터보다 전력밀도·냉각 조건 까다로워…광역시·산단 부상
포항 현대건설·울산 SK에코플랜트·춘천 삼성물산 AIDC 수주전
[이코노미스트 권지예 기자] 일반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는 다르다. 일반 데이터센터가 데이터를 저장하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라면 AIDC는 수천장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연결해 AI를 학습·추론하는 시설이다. 전력밀도와 발열량부터 차이가 난다.
일반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있는 땅이라고 AIDC까지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전력과 냉각 기반 시설, 통신망과 운영 인력, 시설을 사용할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 동의도 필요하다.
AIDC가 넘어야 할 두 번째 장벽은 단순히 땅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다. GPU를 실제로 가동할 수 있는 땅을 찾는 일이다.
일반 DC 부지와 다르다…AIDC는 ‘가동 가능성’부터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의 ‘코리아 데이터센터 마켓 2026’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민간 데이터센터의 74.77%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 사업이 구체화한 추진 단계 데이터센터도 수도권 비중이 58.93%다.
반면 부지 타당성을 검토하는 계획 단계에서는 비수도권 비중이 75%에 달한다. 수도권에서 대규모 전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개발사들이 지방으로 눈을 돌린 결과다.
문제는 지방에 땅과 발전소가 있다고 AIDC를 지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발전소가 가까워도 변전소 용량과 배전 선로가 부족하면 사업을 시작할 수 없다.
전문인력과 통신망, 냉각용 기반 시설도 갖춰야 한다. 시설을 사용할 클라우드·플랫폼 기업이나 GPU 임차 수요도 필요하다. 기업들이 발전소가 있는 지방 외곽보다 부산·대구·광주 등 광역시 인근을 선호하는 이유다.
산업단지와 지방자치단체가 조성한 데이터센터 특구도 대안으로 꼽힌다. 전력과 용수, 도로 등 기반 시설을 갖추고 있고 용도 변경과 건축 인허가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부지 개발 순서도 바뀌어야 한다. 토지부터 매입할 것이 아니라 한국전력에 접속 가능 용량과 공급 시기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통신망과 용수, 인허가 가능성, 고객의 입주 의향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주민 수용성 역시 입지 검토 단계부터 풀어야 한다. 초고압 송전선로와 냉각 설비 소음, 저주파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인허가가 늦어질 수 있다. 소음 저감과 주민 편익, 지역 고용 방안을 사업 초기부터 제시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센터 업계 관계자는 “기업은 인프라와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광역시 인근을 선호하지만 전력 당국은 발전소가 있는 해안이나 지방 외곽으로 분산되기를 원한다”며 “산업단지와 특구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데이터센터 실적 아닌 ‘AI 전용 경험’이 수주 가른다
AIDC는 고밀도 전력 설비와 수랭식 냉각, 무중단 운영 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GPU 사양에 맞춰 설계를 바꾸면서도 공사 기간을 지켜야 해 전기·기계설비와 시운전 역량이 중요하다.
올해 상반기 전체 데이터센터 공사 수주액은 현대건설이 1조781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1조2562억원, SK에코플랜트는 1조212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일반 데이터센터와 AIDC를 합친 수치다.
실제 AIDC 프로젝트를 기준으로 보면 현대건설과 SK에코플랜트, 삼성물산이 먼저 경험을 쌓고 있다.
현대건설은 수전 용량 40MW 규모의 포항 AIDC를 짓고 있다. 수랭식 냉각시스템과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공법을 적용해 통상 1년가량 걸리는 골조 공사를 2개월로 줄일 계획이다. 일반 데이터센터 19건을 시공한 경험을 AIDC로 확장하는 첫 시험대다.
SK에코플랜트는 울산 AIDC와 부평 데이터센터 2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 사업은 GPU만 탑재하는 AIDC다. 반도체 공장 시공 경험을 활용해 설계부터 전력·통신·냉각 설비, 시운전까지 맡는다.
삼성물산은 삼성SDS와 춘천 AIDC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반도체 공장 등 첨단 산업시설 시공 경험과 그룹 내 클라우드·IT 역량을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DL이앤씨와 포스코이앤씨, 한화 건설부문, 대우건설 등도 일반 데이터센터 경험을 바탕으로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수혜는 모든 건설사에 똑같이 돌아가지는 않는다. 전력 공급과 인허가가 늦어지거나 GPU 사양에 맞춰 설계를 바꾸면 공사비가 늘고 수익성은 떨어질 수 있다.
AIDC 확산의 수혜는 사업 초기부터 부지와 전력, 설계, 인허가 위험을 관리하고 약속한 시점에 GPU를 가동할 수 있는 건설사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생성형 AI 확산으로 고성능 연산 장비 활용이 늘면서 데이터센터는 단순 데이터 저장시설을 넘어 AI 연산을 수행하는 핵심 산업 인프라로 부상했다"며 "향후 시장은 대규모 전력 확보와 냉각 효율, 무중단 운영을 동시에 구현해야 하는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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