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법제화 넘은 토큰증권…‘혁신·신뢰’ 두 축으로 시장 구축 속도[STO써밋 2026]
- ‘토큰화 2.0’…법제화 넘어 실질 생태계 구축 논의
“증권만 토큰화하면 미완성”…온체인 결제·퍼블릭체인도 검토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토큰증권(STO) 법제화가 마무리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허용 여부’에서 ‘어떻게 키울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국회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금융당국은 신뢰할 수 있는 인프라를 토대로 시장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혁신의 속도와 시장의 신뢰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것이 본격적인 토큰증권 시대를 여는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10월 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의 일환으로 열린 ‘이데일리 STO 써밋 2026’에서는 법제화 이후 국내 토큰증권 시장의 정책 방향과 글로벌 토큰화 시장의 변화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토큰화 2.0: 규제의 틀을 넘어 실질적 생태계 구축으로’를 주제로 진행된 패널토론에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고영호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 매튜 프렌치 프랭클린템플턴 글로벌 프로그램 매니저 등이 참여했다. 윤창현 코스콤 사장이 좌장을 맡았다.
이날 논의의 초점은 토큰증권을 허용할지를 넘어 법제화 이후 실제 시장을 어떻게 구축할지에 맞춰졌다. 토큰증권을 새로운 투자상품이나 조각투자의 확장판으로 한정하기보다 발행과 유통, 결제, 권리관리까지 자본시장 전반을 디지털 환경에 맞게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토큰증권을 자동차에, 법과 제도·거래 인프라를 도로에 비유하며 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률 통과가 끝이 아니고 시장의 시작”이라며 “2027년부터는 디지털 자산 시장을 운영하는 능력이 자본시장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큰증권을 실물경제와 연결하는 활용 방안도 제시했다. 민 의원은 FC안양 축구전용경기장을 사례로 들어 개발 자금을 토큰증권으로 조달하고 시민들이 투자에 참여해 개발이익을 공유하는 모델을 제안했다. 지역 주민을 단순 수혜자가 아닌 투자자로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토큰증권의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구상이다.
MMF·사채부터 공모증권까지…“검증 빨라지면 더 빨리 간다”
금융당국은 법제화 이후 시장을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상대적으로 구조가 단순한 상품과 위험 판단 능력을 갖춘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실제 운영 경험을 쌓은 뒤 인프라의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 체계를 확인하면서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식이다.고 과장은 토큰증권을 새로운 종류의 증권이 아니라 증권을 기록하고 관리하는 방식의 변화라고 설명했다. 개정법은 분산원장을 증권의 권리를 기록할 수 있는 법적 장부로 인정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기존 증권도 분산원장을 기반으로 발행·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가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시장 확대는 크게 세 단계로 추진된다. 초기에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사모 머니마켓펀드(MMF)와 사채 등 권리관계가 비교적 단순한 상품부터 시작한다. 이후 운영 과정에서 인프라의 안정성과 투자자 보호 체계를 확인하면서 공모증권으로 범위를 넓히고 장기적으로는 증권과 대금이 동시에 이전되는 온체인 결제 인프라까지 구축하는 방향이다.
단계적 접근은 시장 개방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장치라기보다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검증하면서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고 과장은 “단계적 확대는 문을 닫는 순서가 아니라 신뢰를 쌓아가는 순서”라며 “기술이 빨리 개발되고 검증이 빨리 되면 더 빨리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토큰증권 시장의 장기적인 지향점은 발행과 거래를 넘어 결제까지 하나의 디지털 인프라로 연결하는 것이다. 증권은 분산원장에서 이동하지만 거래대금은 기존 금융망에서 별도로 처리할 경우 토큰화에 따른 효율성을 충분히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장기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이나 예금토큰 등 디지털 결제수단과 토큰증권을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증권과 대금이 동시에 이전되는 구조가 갖춰지면 발행부터 거래, 결제까지 이어지는 자본시장 가치사슬을 온체인 환경에서 연결할 수 있다.
고 과장은 “대금 결제가 온체인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면 미완의 토큰화 전환에 그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이나 예금토큰 같은 디지털 결제수단과 연계해 증권과 대금이 동시에 이전되는 구조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증권만 토큰화하면 미완성”…온체인 결제·퍼블릭체인도 검토
시장에서는 토큰화 경쟁의 무게중심이 개별 상품에서 금융 인프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창현 코스콤 사장은 과거 대체 불가능 토큰(NFT)와 메타버스, 가상자산공개(ICO)를 중심으로 전개됐던 블록체인 논의가 최근 분산원장기술(DLT)과 토큰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사장은 “블록체인과 비트코인으로 시작된 혁명이 금융산업의 인프라 역할로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큰화가 금융 인프라로 확장되면서 경쟁의 기준도 달라질 전망이다. 개별 토큰을 얼마나 많이 발행하느냐보다 발행과 유통, 결제, 권리관리까지 이어지는 시스템을 얼마나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연결하느냐가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시장의 안정적인 구축뿐 아니라 해외 플랫폼·금융기관과 연결할 수 있는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장기 과제로 꼽힌다. 민 의원도 “디지털 금융 혁신은 우리끼리가 아니라 세계와 경쟁하는 영역”이라며 글로벌 시장을 고려한 제도 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 과장은 “정부는 신뢰할 수 있는 장부 위에서 빠른 혁신을 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가급적 분명하고 투명하게 알릴 것”이라며 “개방은 검증을 통해 단계적이지만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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