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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본 제네시스가 ‘예술을 대하는 태도’
- 뉴욕 메트 대표 현대미술 프로젝트 후원
올해 리우 웨이 작품 4점…최대 높이 5m
100년 넘게 비었던 정면 벽감, 현대미술 무대로
150년 넘는 역사를 이어온 메트가 작품을 대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메트는 5000년 이상의 예술·문화·유산을 품은 세계 최대 규모 미술관 가운데 하나다. 고대 이집트 유물부터 그리스·로마 미술, 유럽 회화와 조각, 한국과 중국, 이슬람 미술까지 수천 년에 걸친 인류의 흔적이 한 공간에 모여 있다.
지금은 메트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전시 공간이지만 이곳은 한때 100년 넘게 비어 있었다. 메트의 정면 파사드는 1902년 완공됐다. 당시 네 개의 벽감에는 고전 서양 조각을 넣을 예정이었지만 작품은 끝내 만들어지지 않았다.
빈자리가 다시 채워지기 시작한 것은 2019년이다. 메트가 매년 동시대 작가를 선정해 네 점의 새로운 작품을 의뢰하는 ‘파사드 커미션’을 시작하면서다.
제네시스는 2024년 메트와 5년간 파트너십을 맺고 이 프로그램 후원에 나섰다. 2024년 한국 작가 이불, 지난해 제프리 깁슨에 이어 올해는 중국 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현대미술가 리우 웨이가 메트의 정면을 채웠다.
관람객이 미술관 안에 들어가기 전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자리인 만큼, 작품을 만드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100년 넘은 건물의 기둥 사이 정해진 폭에 작품을 맞춰야 하고, 높은 곳에 놓이는 만큼 멀리서도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 그렇다고 작품이 건물 자체를 압도해서도 안 된다.
뉴욕의 날씨도 변수다. 작품은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약 9개월 동안 밖에 놓인다. 혹독한 겨울부터 계절 변화까지 견뎌야 한다. 미술관 안에 얌전히 놓인 작품이 아니라 뉴욕이라는 도시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작품인 셈이다.
올해 작품은 멀리서부터 눈에 띈다. 가장 높은 두 점의 높이가 약 5m에 달한다. 역대 메트 파사드 커미션 가운데 가장 크다. 나머지 두 점도 약 3.5m다.
가까이 다가가면 크기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다. ‘손’이다. 네 작품 모두 어딘가에 인간의 손을 떠올리게 하는 형상이 숨어 있다. 어떤 손은 기하학적인 구조물 사이를 비집고 나오고, 또 다른 손은 벽감 밖으로 뻗는다. 건축물인지 신체인지 한눈에 구분하기 어려운 형태들이 뒤섞여 있다.
전시 이름은 ‘더 제네시스 파사드 커미션: 리우 웨이, Speculation’. 리우 웨이는 변화가 빨라질수록 커지는 불확실성과 그 안에서 반복되는 해체와 복원의 과정을 작품에 담았다.
리우 웨이의 작품 속 손은 완성된 무엇이라기보다 계속 다른 모습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가깝다. 작품을 이루는 파편들도 매끈하게 맞물리지 않는다. 서로 다른 형상들이 붙어 있지만 어딘가 어긋나 있다. 변화와 불확실성을 그대로 조형물로 옮긴 셈이다.
이름도 낯설다. 네 작품에는 각각 ▲Speculation / Λ ▲Speculation / G ▲Speculation / c ▲Speculation / h
예측하기 어려운 인간 사회와 일정한 법칙으로 움직이는 물리 세계. 서로 반대편에 있는 듯한 두 개념을 한 작품 안에 밀어 넣었다. 사용된 재료도 한 가지가 아니다. 복합 유리섬유와 철, 알루미늄 합금, 폴리우레탄 페인트, 소 가죽 등이 뒤섞였다. 미술관 정문 양옆에 설치된 두 작품은 각각 무게만 약 2t에 달한다.
이 지점에서 제네시스의 후원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이미 완성된 전시에 기업 이름만 붙이거나 단순히 작가에게 새로운 작품을 만들 기회를 주는데 그치지 않는다. 메트의 가장 앞자리에 작품을 내걸고, 경우에 따라 작품이 미술관 소장품으로 남는 과정까지 지원한다.
레슬리 마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큐레이터는 “미술관 정면 외벽은 메트가 과거의 역사에만 머물지 않고 현대미술가들과 함께 현재와 미래를 내다보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더 제네시스 파사드 커미션은 방문객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전시로, 동시대 미술과 현존 작가들에 대한 미술관의 깊은 지지를 대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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