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개국 30년 보건·기후 데이터 분석…5개국 여아 5,000명 설문·139명 심층조사 -기후재난 이후 교육 중단·조혼·원치 않는 임신 위험 지적…COP31 앞두고 정책 대응 촉구
국제구호개발 NGO 플랜 인터내셔널이 10월 11일 세계 여자아이의 날을 맞아 기후위기가 전 세계 여아의 교육과 안전,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글로벌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50개국 이상의 보건·기후 관련 데이터를 30년에 걸쳐 분석하고, 방글라데시·케냐·페루·세네갈·짐바브웨 등 5개국 여아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종합해 진행됐다. 139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와 집단 심층 면담(FGD) 결과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기후 재난이 가계 소득 감소와 교육 중단으로 이어질 경우 여아가 조혼과 원치 않는 임신, 젠더 기반 폭력 등에 노출될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플랜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학업이 중단된 여아는 계속 학교에 다니는 또래보다 어린 나이에 결혼하거나 원치 않는 임신을 경험할 가능성이 2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 재해를 경험한 조사 대상 여아의 10%는 본인이 직접 18세 이전 조혼이나 원치 않는 임신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지역사회에서 어린 여아의 조혼이 증가하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응답은 36%, 예상치 못한 임신 증가는 33%, 젠더 기반 폭력 증가는 28%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특히 장기간 이어지는 가뭄이 여아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했다.
농작물과 가축 피해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가계 소득이 줄고 생계 기반이 약화될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조혼이 경제적 대응 수단으로 선택되는 사례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케냐에 거주하는 22세 갈갈로는 보고서 인터뷰에서 장기간의 가뭄으로 가족의 가축이 줄고 대학 진학 비용을 마련하기 어려워지면서 결국 조혼 제안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전했다.
방글라데시의 19세 샤히나 역시 대규모 홍수로 생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가족들이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어린 딸의 결혼을 결정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플랜 인터내셔널은 재난 이후 마련되는 임시 대피시설에서도 여성과 여아가 성희롱과 성폭력, 성적 착취 등 추가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 차원의 기후 대응 정책에서 여아와 여성의 보건 문제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국가 기후 계획 가운데 여성 또는 여아의 보건을 명시적으로 다룬 비율은 약 절반에 그쳤으며, 다자간 기후기금 가운데 보건 분야에 배정되는 재원은 0.5% 수준으로 나타났다.
플랜 인터내셔널은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를 앞두고 각국 정부와 국제사회에 여아 보호를 기후 대응 정책에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주요 제안으로는 기후 재난 상황에서도 여아의 교육이 중단되지 않도록 무료 교육과 학교 운영을 유지하고, 기후 적응 재원에 청소년 여아의 성·생식 보건 관련 예산을 포함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비상 구호물품에 생리용품과 피임 관련 물품, 보호 서비스를 포함하고 장애 여아와 소수자 등 취약계층에 지원이 우선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리나 겔라니 플랜 인터내셔널 CEO는 “소녀들에게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삶과 교육, 안전을 위협하는 현실”이라며 “무엇이 여아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보호하는지에 대한 근거는 이미 충분한 만큼 이제는 이를 정책과 행동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 대응 정책에서 소녀들의 권리와 필요가 후순위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며 “기후 정책과 재정 계획 단계부터 여아의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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