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금 믿고 샀다가 '금쪽' 됐다…고금리에 무너진 '金테크' [송현주의 재.밌.돈]
- 美 고금리·달러 강세에 9개월째 조정…고점 대비 25.6% 하락
원화 강세에 국내 투자 수익률 부담…금값·환율 동반 하락 영향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연초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던 국제 금값이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9개월째 조정을 이어가고 있다. 고점 대비 하락률이 26%에 달하는 가운데 원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국내 금 투자자들의 손실 부담이 커지는 모습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시장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금값의 반등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제 금 현물 가격은 지난 1월 29일 트로이온스(약 31.1g)당 5602달러까지 상승한 이후 최근 한때 4170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 연초 고점과 비교하면 약 25.6% 떨어진 수준이다. 지난 9월에는 4300달러선까지 밀리는 등 금값의 약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금값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는 미국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꼽힌다. 금은 주식이나 채권과 달리 배당이나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다. 시장금리가 상승할수록 금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커지면서 투자 수요가 위축되는 경향이 있다.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고 연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금값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가 한때 연 4.75%를 웃도는 등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금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약화됐다.
달러 강세 역시 금값 하락 압력을 높였다. 국제 금 가격은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투자자들의 실질적인 매입 부담이 커진다. 이는 글로벌 금 수요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최근에는 추가 긴축 우려가 시장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매파적인 9월 FOMC 결과에도 산업금속과 귀금속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등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국내 금 투자자들은 국제 금값 하락에 원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국제 금값이 달러 기준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까지 떨어지면 원화 환산 금 가격의 하락폭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국내 KRX 금시장은 금 현물을 원화로 거래하는 구조다. 국제 금 가격이 동일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원화 기준 금 가격에는 하방 압력이 발생한다. 반대로 환율이 상승하면 국제 금값 하락에 따른 손실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국제 금값이 26% 하락하고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이 10% 떨어졌다고 가정하면 원화 기준 금 투자 수익률은 약 -33.4%에 달한다. 금값과 환율의 하락률을 단순 합산한 수치가 아니라 두 가격의 변동을 함께 반영한 결과다.
투자금 1000만원을 기준으로 국제 금값 하락만 반영하면 평가금액은 740만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하락까지 반영하면 평가금액은 약 666만원으로 감소한다. 환율 변동으로 약 74만원의 추가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다만 이는 금값과 환율 변동을 가정한 계산으로 실제 국내 금 투자 수익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KRX 금시장에서는 국내외 가격 차이와 매매 시점, 거래 비용 등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국제 금값이 반등하더라도 국내 투자자의 수익률 회복은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달러 기준 금 가격의 상승분이 환율 하락으로 일부 상쇄될 수 있어서다.
금 투자 수단에 따른 수익률 차이도 유의해야 한다. KRX 금시장은 원화로 금 현물을 직접 거래하는 반면 금 상장지수펀드(ETF)는 상품에 따라 현물·선물 투자 여부와 환헤지 적용 여부가 다르다. 이에 따라 동일한 금 가격 변동에도 상품별 투자 성과에는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금값 조정이 과도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금리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향후 물가 상승 압력이 완화되면 금 가격이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원자재 시장 분석에서 금에 대한 투자의견 '비중 확대'를 유지하고 연내 트로이온스당 5000달러선 회복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국 국채 2년물 금리가 한때 연 4.75%를 웃돈 것은 추가 긴축 가능성이 시장에 선반영된 결과라는 판단이다. 시장금리에 반영된 긴축 수준이 9월 FOMC 점도표에서 제시된 전망보다 강하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향후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이 둔화하면 연준의 통화긴축 부담이 완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내년 3월부터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점진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에 주목했다.
금에 대한 구조적인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적자 확대와 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외환보유액 다변화 차원에서 금 매입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금 현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상품(ETP)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는 점도 가격을 지지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8월부터 금 현물 ETP 투자자들이 순매수로 돌아서면서 가격 조정 국면에서 투자 수요가 회복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재확산 가능성은 변수로 남아 있다. 유가가 다시 급등할 경우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면서 연준의 추가 긴축 가능성이 부각될 수 있다. 이는 미국 국채금리와 달러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금 가격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향후 금값의 주요 가격대로는 트로이온스당 4000달러선이 거론된다. 최근 가격인 4170달러와 비교하면 약 4.1% 낮은 수준이다. 추가 조정 과정에서 4000달러선의 지지 여부가 향후 가격 흐름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반면 NH투자증권이 전망한 5000달러까지 회복할 경우 4170달러 대비 상승 여력은 약 19.9%다. 다만 미국의 금리 경로와 달러 가치, 지정학적 위험 등에 따라 실제 가격 흐름은 달라질 수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국제 금값의 반등 여부뿐 아니라 환율 변동에 따른 수익률 차이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원화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달러 기준 금값이 상승하더라도 원화 환산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금리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단기 반등을 예상한 일시적인 매수보다 투자 시점을 분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은 정기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않는 만큼 고금리 환경에서는 가격 조정 위험이 크지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는 자산배분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값의 중장기 반등 가능성과 별개로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와 원·달러 환율 흐름을 함께 살펴야 한다"며 "국제 금값이 회복 국면에 진입하더라도 환율 움직임에 따라 국내 투자자가 체감하는 수익률에는 상당한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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