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시총 절반이 삼전닉스…코스피 살린 AI 반도체 '양날의 칼'
- [AI 반도체 패권전쟁]⑥
삼성·SK 시총 합계 2100조원…코스피 전체의 46% 차지
AI 거품론에 반도체 투톱 급락…코스피도 하루 새 7.57% 하락
증시 상승 이끌었지만 쏠림 리스크 확대…AI 성장 전망은 엇갈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글로벌 AI(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국내 증시를 흔들고 있다. 세계 최고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합이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 시총의 50%에 육박하는데, 두 종목의 주가가 움직일 때마다 코스피 전체가 출렁이고 있다.
지난 15일 AI 거품론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글로벌 반도체 관련주가 직격탄을 맞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9%·11%가량 하락했다. 이른바 ‘삼전닉스’의 충격으로 같은 날 코스피는 7.57% 빠졌다.
AI 산업 성장성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지난해부터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올해 하반기 이후 하락세를 걷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주가 최고액은 종가 기준 36만2500원(6월 18일), SK하이닉스는 291만9000원(6월 22일)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AI 반도체 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육박하면서 코스피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는 점이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상장사의 시총 합이 약 4680조원, 이 중 두 종목의 시가총액 합은 2100조원(약 46%)에 이른다.
착시 현상부터 자금 블랙홀까지…극단적 쏠림이 키운 부작용
자산운용업계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몇몇 종목에 대한 쏠림이 심해질수록 부작용도 커진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문제가 ‘착시 현상’이다. 반도체 투톱을 제외한 대다수 상장사의 주가가 침체되어 있더라도 두 기업이 오르면 지수는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다른 종목들의 주가가 유지되더라도 두 종목이 하락하면 코스피 전체가 떨어지는 효과가 생긴다.
더 큰 문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담은 펀드들의 충격이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대거 ETF(상장지수펀드)에서 자금을 빼는데, 이때 ‘삼전닉스’만 매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기계적으로 ETF를 매도하게 되면 펀드에 담겨있던 다른 종목들도 함께 매도하는 바스켓 매매의 함정에 빠진다.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이나 실적과 무관하게 자금 유출입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섹터의 악재가 코스피 전체의 투매로 이어지면서 증시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얼어붙고 자본시장 신뢰도까지 떨어뜨리는 것이다.
향후 글로벌 AI 산업 전망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기술주 분석가인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선임 전무는 최근 “AI 혁명이 아직 15%도 진행되지 않았다”며 기술주 강세장이 수년간 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 투자의 수혜가 반도체를 넘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브스는 “AI 투자는 반도체에서 시작했지만 메모리와 소프트웨어·사이버보안·인프라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반면 경고의 목소리도 있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가 단행되고 기술 발전이 이뤄지더라도 기대에 못 미치는 수익이 날 경우 주식시장도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8일 ‘AI주 급락이 일깨운 교훈… “이번에도 과거와 다르지 않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부채에 의존한 데이터센터 투자가 위축될 위험에 처하면서 AI 관련주들이 최근 큰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더 큰 위험은 오히려 데이터센터 건설이 속도를 늦추지 않고 계속되는 것”이라고도 했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AI 인프라 투자 붐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최소 47건의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철회 또는 차단됐다고 보도했다.
AI 과열 경고음 vs 장기 강세론…중국 추격 속 주가 향방은 안개 속
반도체 기업의 주가 향방은 전문가마다 달리 전망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미국 대표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주가가 20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AI 투자 확대가 계속되고 메모리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올해 2분기 매출 기준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8%,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각각 25%·24% 수준이었다. HBM(고대역폭메모리) 매출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33%·18%로 집계됐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12일 보고서에서 “마이크론의 SK하이닉스 대비 주가수익비율(PER) 프리미엄은 1.60배”라고 분석했다.
마이크론에 대한 성장 기대감이 커질수록 D램과 HBM에서 마이크론 실적을 압도하는 삼전닉스의 성장 가능성도 크다는 해석이다.
야후파이낸스는 “AI 서버에 사용되는 HBM과 첨단 D램 수요가 공급을 계속 앞지르면서 글로벌 메모리 시장의 병목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마이크론뿐 아니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메타 등의 AI 인프라 투자 경쟁에 힘입어 메모리 생산 능력이 사실상 소진된 상태”라고 봤다.
다만 중국 반도체 기업의 추격과 견제 목소리도 나온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중국이 2028년 엄청난 양의 메모리(RAM·램)를 생산할 것”이라고 했다. 12일에는 “중국이 어떤 제품의 제조 방법을 터득하면, 생산 규모를 확대하는 능력은 종종 나머지 세계를 모두 합친 것보다 크다”고도 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견제하는 발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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