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90% 손실에도 버텼다”…주식·가상자산으로 29세에 파이어족 된 비결
- [이코노 인터뷰]
한정수 연두컴퍼니 대표이사
“AI·반도체·우주산업 주목”…성장 산업 안에서도 옥석 가려야
“투자 전 매수 이유부터 명확히”…가격 출렁여도 원칙 지키는 게 중요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주가가 50% 할인됐다고 하면 물건의 가치가 떨어진 건 아닌지 의심하면서, 주식은 가격이 떨어지면 무서워한다. 저는 오히려 싸게 살 기회라고 생각한다.”
한정수 연두컴퍼니 대표는 하락장에서 투자자가 가져야 할 태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가격이 떨어졌다는 사실 자체보다 자신이 투자한 자산의 가치와 미래 성장 가능성이 훼손됐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 근거가 유효하다면 급락을 매수 기회로 볼 수 있지만, 기업의 경쟁력이나 산업의 성장 전망이 달라졌다면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투자 판단을 바꿔야 한다는 게 그의 원칙이다.
서울 용두동에 위치한 연두컴퍼니 본사 사옥에서 만난 한 대표는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갖고, “투자할 때는 내가 이 자산을 왜 샀는지, 앞으로 어떤 이유로 성장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며 “가격이 떨어졌다고 무조건 매도하거나, 반대로 장기 투자라는 이유로 무조건 버티는 것은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2014년 투자를 시작해 주식과 가상자산 시장에서 경험을 쌓았다. 신한카드에 입사한 뒤 투자 상품의 수익 구조와 위험 요인을 분석하며 투자 역량을 키웠다. 재직 3년 3개월째인 2021년 3월, 투자로 약 35억원을 벌어 29세에 조기 은퇴했다. 이후 투자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과 콘텐츠 제작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그는 자신의 투자 방식에 대해 “여러 종목을 조금씩 사기보다 충분히 공부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소수 종목에 집중하는 편”이라며 “투자 아이디어가 매력적이라면 높은 비중을 가져갈 수 있지만, 그만큼 해당 기업과 산업을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코로나19 당시를 투자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으로 꼽았다. 시장이 급락하는 상황에서도 추가 투자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시장의 반등을 기다릴 수 있는 현금과 투자 판단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그는 “하락장에서 가장 피해야 하는 것은 현금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현금이 없으면 좋은 기회가 와도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투자 기회가 찾아왔을 때 자산을 매수할 수 있는 여력을 남겨두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시장이 급락하면 보유 자산의 평가액이 줄어드는 데다 투자자들의 심리도 위축되기 쉽다. 이때 현금 여력이 없다면 가격이 충분히 낮아진 자산을 발견하더라도 대응하기 어렵다.
한 대표는 “코로나19 당시에는 시장이 크게 하락했지만, 이후에는 통화정책과 유동성 환경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며 “시장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하락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하락장에서 무조건 매수하는 전략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단순히 많이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투자해서는 안 된다”며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지, 그 산업에서 기업이 실제로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3~4년 이상 보유할 생각으로 투자…가격보다 산업의 미래 봐야”
한 대표는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을 예측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성장할 산업을 찾는 데 무게를 둔다. 기업의 주가가 당장 오를지 내릴지를 맞히는 것보다 해당 산업이 앞으로 얼마나 성장하고, 투자한 기업이 그 과정에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분석하는 방식이다.
그는 “투자할 때는 적어도 3~4년 이상 보유할 수 있을지를 생각한다”며 “단기간에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보다 앞으로 성장할 기업인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 자체가 성장하더라도 그 안의 모든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기술이 실제로 발전하고 있는지, 소비자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받아들이는지, 정책 환경이 어떻게 바뀌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투자 종목을 선택할 때도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먼저 살핀 뒤 개별 기업을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산업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판단이 서더라도 그 안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을 찾아야 투자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어떤 산업에 투자할 때는 그 산업이 성장하는 이유부터 이해해야 한다”며 “그다음에 내가 선택한 기업이 다른 기업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향후 투자 기회를 찾을 분야로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우주산업 등을 꼽았다. 기술 발전이 새로운 시장을 열고 산업 간 경쟁 구도를 바꾸는 과정에서 장기적인 성장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유망 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투자하기보다 기술의 발전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개별 기업이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주식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매출과 이익, 현금흐름 등을 통해 가치를 평가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이 같은 전통적인 평가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발행량이 제한돼 있다는 희소성만으로 가격을 설명하기보다 시장 참여자들이 비트코인을 보유하려는 이유와 수요가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표는 “비트코인은 기업처럼 매출을 만들어 내는 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가치를 평가할 것인지부터 생각해야 한다”며 “공급이 제한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가격 상승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해당 자산을 보유할 이유가 있어야 가치가 형성될 수 있다”며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고 제도권에서 가상자산을 바라보는 인식이 달라지면 수요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상자산 시장의 과거 상승 흐름을 미래의 투자 판단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경계했다. 금리와 유동성, 규제 환경, 투자자들의 기대가 달라지면 가격을 움직이는 요인과 시장의 반응도 달라질 수 있어서다. 과거의 급등 경험이나 가격 상승률에 기대기보다 당시 시장을 움직였던 요인을 분석하고, 현재도 같은 조건이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 대표는 “과거에 가격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어떤 요인이 가격을 움직였는지 이해하고, 지금도 그 조건이 유효한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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