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70만 보호법 골목상권 청구서 되나]③
최저임금 수준도 못 버는데…월 42만원 증가
“정책 취지 공감하지만…현실 반영 못해”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소상공인이 살아야 일자리도 생길 것 아닙니까.”
지난 7월 3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윤성진(46)씨는 정부가 추진하는 ‘일하는 사람의 권리에 관한 기본법’(이하 일하는 사람 기본법) 이야기가 나오자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노동자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인건비와 관리 부담이 더 커질 경우 영세 자영업자는 버티기 어렵다는 것이다.
윤씨는 “지난 2018년 최저임금 인상 이후 주휴수당까지 더해지면서 자영업자는 사실상 인건비 폭탄을 맞았다”며 “원재룟값과 임대료, 플랫폼 수수료까지 안 오르는 게 없는데 노무 부담까지 늘어나면 우리 같은 소상공인은 죽으라는 이야기"라고 토로했다.
월평균 수익 191만원…“알바 대신 내가 뛴다”
플랫폼 종사자와 프리랜서, 특수고용직 등 이른바 ‘권리 밖 노동자’에게도 노동법상 보호를 확대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을 두고 소상공인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와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인건비와 관리 부담까지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국세청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실제 사업을 운영 중인 가동사업자는 1032만1407명으로 전년보다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가동사업자 증가율은 2020년 7.5%를 기록한 이후 ▲2021년 6.4% ▲2022년 5.1% ▲2023년 2.8% ▲2024년 2.0%로 꾸준히 둔화했고, 지난해에는 결국 1%대로 떨어졌다.
폐업 상황도 녹록지 않다. 지난해 폐업자는 97만5681명으로 100만명을 넘었던 전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신규 사업자 대비 폐업자 비율은 83.5%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5년 이상 버티다 폐업한 사업자가 31만7406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체 폐업자의 3명 가운데 1명은 5년 이상 영업한 사업자였다. 폐업 사유의 절반 이상은 ‘사업 부진’이었다.
겨우 문을 닫지 않아도 손에 남는 돈은 많지 않다. 중소벤처기업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소상공인의 월평균 수익은 191만원에 그쳤다. 한국경제인협회 조사에서는 자영업자의 34.0%가 현재 최저임금 월 환산액(215만6880원)보다 적은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건비 부담이 커질수록 고용은 줄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정규직 종사자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연평균 5.9% 감소했다. 줄어든 인력의 업무는 사업주가 직접 메우고 있다. 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로 시간은 줄었지만 대표자의 근로 시간은 오히려 늘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법 시행 시 최저임금 기준으로 소상공인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법정 비용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약 42만원, 연간 505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중기부가 집계한 소상공인 평균 영업이익의 20%를 웃도는 규모다.
“관리 부담까지 늘면 결국 모두가 피해”
현장에서 만난 업주들은 대부분 노동자 보호 취지에는 공감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 발의된 법안은 영세 자영업자의 현실과 업종별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권모씨는 “제 자식들도 근로자인 만큼 노동자의 권리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대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달 매출이 1000만원이어도 임대료와 재료비, 인건비, 세금을 내고 나면 실제 남는 돈은 많지 않다”며 “여기에 추가 부담까지 생기면 장사를 접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했다.
지난 7월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의 한 편의점 계산대를 지키던 점주 안상혁(53)씨는 “예전에는 아르바이트생만으로 24시간 운영했지만 지금은 인건비 때문에 가족이 돌아가며 근무한다”며 “평일 오전과 야간, 주말에만 아르바이트생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안씨는 “편의점은 대부분 시급제 근로자를 고용하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 기본법의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노동 규제가 계속 확대되는 방향으로 간다면 결국 편의점도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노동자 권리를 넓혀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고용을 줄이게 되고 결국 일자리도 감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기 광명시에서 대리운전 업체를 운영하는 강유진(50)씨는 “대리운전 기사는 여러 업체에 동시에 등록해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구조에서 사용자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것인지도 현실적인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이나 퇴직금 부담도 부담이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인사·노무 관리 비용”이라며 “결국 업체는 기사 수를 줄이거나 이용료를 올릴 수밖에 없고 피해는 소비자와 기사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이 우려하는 것은 일하는 사람 기본법만이 아니다. 함께 추진되는 근로자 추정제가 도입될 경우 프리랜서와 특수고용 종사자의 근로자성이 보다 쉽게 인정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꼽는다. 법률 지식과 노무 관리 역량이 부족한 영세 사업자는 계약 구조와 인력 운영 과정에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골목상권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의 목소리는 하나로 모였다.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그 비용과 책임을 영세 사업자에게만 지우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제도가 결국 사람 쓰기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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