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AI가 3줄로 요약해주는데 왜 읽죠?”…밀리·예스24의 생존전략은?
- 텍스트 유통에서 지식 경험 플랫폼으로
대화형 AI·감성 오디오·오리지널 IP로 승부수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KT밀리의서재·리디·예스24 등 국내 독서 플랫폼들이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책을 보여주던 ‘텍스트 뷰어’에서 ‘지식 소비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AI가 수백 쪽짜리 책도 몇 초 만에 요약하면서 전자책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독자를 붙잡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3줄 요약’과 1분 안팎의 숏폼에 익숙해진 미디어 소비 습관도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생성형 AI에 책을 입력하면 핵심 내용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AI가 요약해 주는데 굳이 책을 완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출판·전자책 시장 앞에 놓인 셈이다.
이에 독서 플랫폼들은 대화형 AI와 오디오 콘텐츠를 강화하고, 오리지널 IP와 독자 커뮤니티를 확대하고 있다. AI가 대신 요약해 주는 시대에 독자들이 직접 책을 읽고 플랫폼에 머물 이유를 만드는 전략이다.
‘대화형 AI’로 책 읽는 방식 바꾼다
독서 플랫폼들이 꺼내든 첫 번째 카드는 ‘책과의 실시간 상호작용’이다. 기존 전자책 뷰어가 활자를 읽는 공간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도서 본문을 기반으로 이용자와 대화하는 AI 기능을 탑재하며 책을 읽는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대표적으로 밀리의서재가 선보인 ‘AI 독파밍’은 독서 전 과정을 돕는 AI 서비스다.
독자가 책을 읽다가 어려운 개념이나 역사적 배경지식을 만나면 별도의 검색 엔진을 이용할 필요 없이 뷰어 안에서 AI에 바로 질문할 수 있다. AI는 책 본문의 맥락을 파악해 관련 내용을 설명한다. 최근에는 경제 전망서와 인문·사회 분야 전문서적처럼 분량이 많거나 내용이 어려운 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밀리의서재는 도서 속 등장인물이나 원작 작가의 어조와 세계관을 반영한 ‘페르소나 챗봇’도 운영하고 있다. 고전 문학 속 주인공에게 행동의 이유를 묻거나 작가에게 창작 의도를 질문하는 식이다. 독자가 일방적으로 텍스트를 읽는 데서 벗어나 책의 내용과 직접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AI를 단순한 요약 도구가 아니라 책의 맥락을 이해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현대인의 미디어 이용 시간이 숏폼 영상으로 쏠리면서 독서 플랫폼들은 ‘청각’을 활용한 시간 점유 경쟁에도 뛰어들었다. 화면을 봐야 하는 독서의 한계를 넘어 출퇴근길 대중교통이나 운전, 가사 중 발생하는 자투리 시간을 독서 시간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다.
그 중심에는 AI 음성합성(Text to Speech·TTS) 기술과 오디오북이 있다. 과거 TTS가 일정하고 기계적인 억양으로 텍스트를 읽어주는 수준이었다면 최근 딥러닝 기반 음성 기술은 문장의 맥락과 감정에 따라 목소리와 호흡, 끊어 읽기 등을 조절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콘텐츠의 성격에 따라 목소리의 높낮이나 속도 등을 달리해 장시간 청취에 따른 피로를 줄이는 방식이다.
오디오 콘텐츠의 형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단순히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북을 넘어 기획 단계부터 음향 효과를 결합한 오디오 드라마와 책의 핵심 내용을 압축한 콘텐츠 등이 등장하고 있다.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이용자까지 독서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시도다.
기술적 편의성이 독서의 진입 장벽을 낮춘다면 이용자를 플랫폼에 계속 머물게 하는 핵심은 결국 ‘콘텐츠’다. 생성형 AI가 기존 정보를 학습해 빠르게 정리하고 재가공할 수 있게 되면서 다른 곳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원천 콘텐츠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이에 플랫폼들은 자체 기획 콘텐츠와 오리지널 지식재산권(IP)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밀리의서재의 ‘오리지널스’를 비롯해 리디의 독점 웹소설·스토리 IP 발굴, 예스24의 작가 연계 독점 콘텐츠인 ‘예스24 오리지널’ 등이 대표적이다. AI 기능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운 만큼 독점 콘텐츠를 통해 이용자를 붙잡겠다는 전략이다.
독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기능도 강화하고 있다. 여러 독자가 같은 문장에 남긴 밑줄과 메모를 공유하거나 실시간으로 감상을 나누는 온라인 독서 모임, 이용자 취향을 기반으로 책을 추천하고 공유하는 서재 등이 대표적이다.
AI가 개인의 독서를 돕는 역할을 한다면 커뮤니티 기능은 독서 경험을 다른 이용자와 공유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 책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독자의 생각을 확인하고 자신의 의견을 남기도록 해 플랫폼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방식이다. AI가 쉽게 대체하기 어려운 사람 간의 상호작용을 플랫폼 경쟁력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요약은 AI가, 깊이는 플랫폼이
‘3줄 요약’은 정보를 빠르게 파악하는 데 유용하지만 책의 전체 맥락을 이해하고 자신의 관점을 만드는 과정까지 대신하기는 어렵다. 정보가 많아질수록 단순히 핵심만 파악하는 것을 넘어 맥락을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이 중요해진다는 게 출판업계의 시각이다.
국내 독서 플랫폼들의 전략도 AI와 경쟁하기보다 AI를 활용해 독서의 문턱을 낮추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대화형 AI로 어려운 책을 읽는 부담을 덜고, AI TTS와 오디오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넓히는 방식이다. 여기에 오리지널 콘텐츠와 독자 커뮤니티를 결합해 AI의 요약만으로 얻기 어려운 독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국 AI 시대 독서 플랫폼의 경쟁은 얼마나 빠르게 책을 요약해 주느냐보다 이용자가 얼마나 오래 책과 플랫폼에 머물게 하느냐에 달렸다. AI를 활용해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독점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통해 ‘직접 읽어야 할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 셈이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AI가 텍스트를 빠르게 요약하는 시대일수록 행간을 읽고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독서의 가치는 더욱 중요해진다”며 “플랫폼 역시 단순 뷰어 제공에 머물지 않고 대화형 AI와 오리지널 IP, 소셜 기능을 결합해 독자가 책과 능동적으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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