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신입 뽑아 가르치던 시대 끝?”…대기업이 취준생부터 가르치는 이유
- 삼성·SK·LG 등 AI·반도체·첨단제조 직무교육 직접 참여
정부 지원에 기업 현장 노하우 결합…산업 맞춤형 인재 육성
업계에 따르면 삼성과 SK, LG 등 주요 그룹들은 AI와 반도체, 스마트팩토리, 화학·바이오 등 각사가 강점을 가진 분야의 교육과정을 설계하거나 현직자를 교육에 투입하고 있다. 단순 이론교육을 넘어 실제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기술을 배우고 기업 프로젝트를 경험하도록 하는 과정도 등장했다.
정부도 기업들의 참여를 끌어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올해 미취업 청년 4만9000명에게 기업 현장 경험과 직무훈련을 지원한다. 이 가운데 ‘K-뉴딜 아카데미’에는 삼성·SK·LG·한화·롯데·KT 등 29개 기업이 참여해 청년 4500명을 교육한다. 고용노동부가 교육비와 훈련수당을 지원하고 기업은 2~6개월 동안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직무교육과 실무 경험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교육 공간도 실제 산업현장으로 넓어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교육생들이 첨단 제조공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공정시설 견학을 지원하고 한화오션엔지니어링은 선박 건조 현장을 둘러보는 야드 투어를 운영한다. 올해 12월까지 SK하이닉스 ‘청년 Hy-Po’, 삼성 ‘청년희망배움터’ 등의 교육과정도 순차적으로 개설될 예정이다.
다만 이같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비용이 든다. 교육과정을 설계해야 하고 현직자를 강사나 멘토로 투입해야 한다. 교육에 필요한 시설과 장비, 프로젝트 운영에도 비용이 들어간다. 더구나 교육생 모두가 해당 기업에 입사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와 기업이 취업준비생 교육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첨단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기존 채용시장에만 의존해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AI와 반도체처럼 기술 변화가 빠른 분야일수록 기업이 필요로 하는 직무 역량과 대학에서 배운 지식 사이에 간극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직접 키워 잠재적인 채용 후보군을 넓히는 것이 오히려 효율적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K-뉴딜 아카데미’에 참여한 기업 관계자는 “사실 몇 차례의 면접만으로 지원자의 직무 이해도와 문제 해결 능력을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 “기업이 필요한 직무를 경험한 인재풀이 넓어지면 장기적으로 채용과 인력 운용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길게보면 오히려 비용을 절약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의 발전이 장기적으로 기업의 채용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역량과 대학에서 배운 지식 사이에 간극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가능성 있는 신입사원을 먼저 뽑아 급여를 지급하며 직무교육을 했다면 앞으로는 채용 이전부터 필요한 역량을 경험하게 하는 방식이 확대될 수 있다”며 “AI·반도체뿐 아니라 로봇과 스마트팩토리 등 빠르게 기술이 바뀌는 산업이 늘어날수록 이런 움직임이 실제 대기업 채용 문화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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