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BMW·벤츠 아니네…수입차 왕좌 바꾸는 ‘중국의 힘’ [안민구의 CAR스토리]
- 테슬라 올해 7만6787대 등록…BMW와 격차 2만5000대
상하이산 모델 Y 질주…생산·가격·공급망이 바꾼 수입차 판도
올해 한국 수입차 시장의 선두는 BMW도, 벤츠도 아니다. 주인공은 바로 테슬라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8월 테슬라코리아의 국내 신규 등록 대수는 7만6787대에 달한다. 전통의 강자인 BMW(5만1864대)와 메르세데스-벤츠(3만7766대)가 그 뒤를 이었다. 테슬라는 2위 BMW보다 2만4923대나 더 팔리며 수년간 이어지던 독일 브랜드의 양강 구도를 흔들었다.
질주를 이끈 일등 공신은 ‘모델 Y’다. 같은 기간 6만1704대가 등록돼 테슬라 전체 판매량의 80.4%를 차지했다. 국산차를 포함한 전체 승용차 시장에서도 기아 쏘렌토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 그랜저보다도 7871대나 더 많이 팔렸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모델 Y의 질주를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경쟁력 있는 가격과 안정적인 공급을 가능하게 한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가 뒤에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델 Y는 대부분 상하이산이다. 테슬라는 중국 현지의 공급망을 활용해 보급형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부품을 수급함으로써 생산 원가를 낮췄다. 여기에 한국과의 지리적 인접성 덕분에 물류비와 운송 기간까지 줄일 수 있었다.
안정적인 공급은 월별 판매 흐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과거에는 선박 입항 일정 등에 따라 등록 대수가 크게 출렁였다. 반면 올해는 1~6월 월평균 9358대를 기록한 데 이어 7월 1만240대, 8월 1만400대가 등록됐다. 상하이 생산 물량이 꾸준히 뒷받침되면서 월평균 9000대가 넘는 판매 속도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BMW와 벤츠의 경쟁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고급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내연기관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시장에서 두 브랜드는 여전히 탄탄한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다. 오랜 세월 쌓아 올린 브랜드 가치와 주행 성능, 전국적인 서비스 네트워크 역시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전기차 중심으로 판도가 바뀌면 경쟁의 기준 자체가 달라진다. 브랜드의 오랜 역사보다는 배터리 기술, 소프트웨어, 가격, 그리고 효율적인 생산 체계가 승패를 좌우한다. 아무리 뛰어난 차를 만들어도 필요한 물량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꾸준히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시장을 선점할 수 없다.
이제 자동차의 국적을 엠블럼만으로 구분하는 시대는 지났다. 미국 브랜드 테슬라는 중국에서 만든 자동차로 한국 시장에서 독일 유수의 브랜드들을 제쳤다. 결국 승부를 가른 것은 브랜드의 고향이 아니라 제품, 가격, 공급망을 하나로 묶어낸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이었다.
테슬라의 1~8월 수입차 시장 1위는 국내 완성차 업계에도 과제를 남긴다. 전기차 시대에는 좋은 차를 만드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필요한 물량을 경쟁력 있는 가격에 제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 자동차 산업이 답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느냐를 넘어, 그 차를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생산하고 공급할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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