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준지는 ‘미스토’, 무신사는 ‘안타’…K브랜드 中 진출 ‘동맹의 시대’
- [K브랜드, 다시 중국으로]④
미스토홀딩스 협업 택한 ‘준지’…“중화권 사업 역량 신뢰”
아누아·에이피알 등 K뷰티 브랜드도 현지 파트너십 강화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최근 중국으로 향하는 한국 기업은 ‘독자 진출’보다는 현지 사정에 능통한 업체와 함께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추세다. 막대한 초기 투자와 현지 운영 부담을 줄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 소비자와 유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 준지(JUUN.J)는 미스토홀딩스(옛 휠라홀딩스)와 중화권 유통 사업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중국 럭셔리 시장 공략에 나섰다.
준지는 지난 2024년 중국 상하이에 해외 첫 단독 매장을 열고 ▲직접 진출 ▲현지 유통업체와 합작법인(JV) 설립 ▲미스토홀딩스와 협업 등의 사업 방식을 다각도로 검토해 왔다. 유럽·미주·아시아 등 해외 시장에서 홀세일(도매)을 통해 편집숍 중심으로 접점을 넓혀온 준지가 전략을 수정한 데는 미스토홀딩스가 중화권에서 거둔 성과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스토홀딩스는 중국에서 오랜 기간 휠라(FILA)를 전개하며 현지 사업 역량을 키워왔다. 마뗑킴·마르디 메크르디·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등 이른바 ‘3마’ 브랜드의 중국 총판 사업을 맡으며 K-패션 유통 사업을 본격화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미스토홀딩스는 중화권 시장에서 여러 K-패션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탄탄한 현지 유통망과 브랜드 운영 역량을 입증해 왔다”며 “미스토홀딩스의 현지화 전문성과 실행력에 대한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파트너십을 체결하게 됐다”고 협업 배경을 설명했다.
빈폴vs헤지스, 20년 만 엇갈린 성적
중국 시장에 나란히 진출했던 빈폴과 헤지스의 현재 성적표도 현지 파트너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두 브랜드는 중국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부터 달랐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02년 중국 상하이에 법인을 설립하고 2005년 빈폴을 중국에 선보였다. 현지 법인이 상품과 가격, 유통망, 매장 등을 직접 관리하며 주요 도시의 고급 백화점을 중심으로 빈폴맨즈·빈폴레이디스·빈폴스포츠 등의 사업을 펼쳤다.
반면 LF는 2007년 중국 3대 신사복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 중 하나인 빠오시냐오 그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헤지스의 중국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 본사가 직접 유통망을 구축하기보다 중국 시장과 유통에 익숙한 현지 기업의 네트워크와 운영 노하우를 활용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당시 국내 주요 패션기업들이 현지 법인을 세우고 직접 매장을 확대하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선택이었다.
약 20년이 흐른 현재 두 브랜드의 중국 사업 규모에는 상당한 차이가 벌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빈폴과 라피도 등을 포함한 삼성물산 패션부문 중국 법인의 매출은 2021년 1562억원에서 2025년 2026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헤지스의 중국 매출은 같은 기간 3870억원에서 지난해 약 4900억원으로 증가했다.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현지 파트너와 함께 유통망을 확장한 헤지스가 중국 사업에서 빈폴보다 훨씬 큰 외형을 구축한 셈이다.
LF는 이런 성장 배경 가운데 하나로 현지 파트너와의 협업을 꼽는다. 헤지스는 빠오시냐오 그룹의 유통·매장 운영 노하우를 활용하는 동시에 중국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반영해왔다.
LF 관계자는 “프리미엄 트래디셔널 캐주얼 브랜드인 헤지스의 특성상 핵심 상권 내 오프라인 유통망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매장을 개설하고 유통 및 매장 운영의 현지 노하우를 접목하기 위해 경쟁력 있는 라이선스 업체와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코오롱·무신사, 中 ‘안타’ 손잡고 대박
코오롱인더스트리FnC의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와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중국 최대 스포츠 의류 기업 안타스포츠와 손을 잡았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 2017년 중국 안타스포츠와 50대50 지분율로 합작사 코오롱스포츠 차이나를 설립해 중국에 진출했다. 무신사는 작년 8월 중국 시장 공략을 위해 안타스포츠와 JV ‘무신사 차이나’를 세우고 지분 60%를 확보했다.
두 기업의 중국 진출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중국에서 상반기 기준 매년 50% 안팎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오롱FnC는 올해 상반기 코오롱스포츠 차이나가 약 6000억원의 매출을 냈다고 추산한다. 작년 상반기 3930억원 대비 약 52.7% 늘어난 수준이다.
무신사는 중국 진출 100일 만에 온오프라인 통합 누적 거래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무신사의 첫 해외 매장인 ‘무신사 스탠다드 상하이 화이하이 백성점’과 ‘무신사 스토어 상하이 안푸루’는 시영업 기간을 포함해 개점 26일 만에 합계 누적 방문객 1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에서 오랜 기간 고전하던 K-뷰티 브랜드도 현지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중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지난 2023년 샤오홍슈·도우인·티몰 글로벌 등 중국 사업에서 철수한 더파운더즈의 스킨케어 브랜드 아누아는 올해 8월부터 글로벌 화장품 편집숍 세포라의 중국 법인을 통해 중국에 재진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말 상하이 삐엔마셴성(编码先生)을 현지 협력사로 선정한 에이피알은 삐엔마셴성과 함께 중국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랜드차이나 대외협력실장을 역임한 김남국 아이피메이트 차이나(IPMate China) 대표는 “중국 사업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현지 파트너”라며 “파트너를 선정할 때는 단순히 자본 규모나 유통망뿐 아니라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와 장기적인 비전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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