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우리은행, AI로 금융사기 사전 차단 강화…11월 새 탐지시스템 가동
- 금융사기 피해액 3년 새 3배…송금 전 이상거래 차단에 집중
경찰 출신 전문가·FDS 협업 강화…신종 사기 대응체계 고도화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우리은행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금융사기 예방체계를 강화한다. 갈수록 지능화되는 보이스피싱과 투자사기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거래뿐 아니라 로그인 정보와 위험계좌 데이터 등을 결합하고, 오는 11월 새로운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12일 서울 중구 본점에서 금융사기예방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대응 전략과 주요 피해 예방 사례를 공개했다. 이날 발표는 경찰에서 24년간 근무한 금융사기 수사 전문가인 전재홍 우리은행 금융사기예방부 총괄수석이 맡았다.
금융사기 예방에 역량을 집중하는 배경에는 급증하는 피해 규모가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기 피해액은 2022년 7911억원에서 지난해 2조3755억원으로 3년 만에 약 3배 증가했다.
범죄 방식도 복잡해지고 있다. 과거 전화 중심의 보이스피싱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SNS와 메신저, 생성형 AI 등을 활용한 사기가 확산하고 있다. 범죄조직 역시 피해자 유인부터 자금 이동·세탁까지 역할을 분담하고 해외 여러 국가에 거점을 두는 등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추세다.
최근 주의해야 할 수법으로는 '피그부처링(Pig Butchering)'과 '리커버리 스캠(Recovery Scam)'이 꼽혔다. 피그부처링은 SNS 등에서 친분이나 연인 관계를 형성한 뒤 가짜 투자 플랫폼으로 유도해 자금을 가로채는 방식이다. 초기에는 소액 수익을 보여주며 신뢰를 얻지만 투자금이 커지면 출금을 차단한다.
리커버리 스캠은 이미 사기 피해를 입은 사람에게 접근해 피해금을 되찾아 주겠다며 수수료나 세금 등을 요구하는 2차 사기다. 수사기관이나 환불 전문가를 사칭한다는 점에서 추가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은행은 피해금 회수가 쉽지 않은 만큼 사후 구제보다 사전 차단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22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보이스피싱 피해환급률은 약 22%에 그쳤다.
이를 위해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을 중심으로 고객의 거래 패턴을 실시간 분석하고, 의심 거래가 포착되면 고객 확인과 거래 지연·차단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실제 FDS를 통해 대규모 피해를 막은 사례도 공개했다. 한 고객의 계좌에 2억9000만원이 입금된 뒤 3000만원이 의심 계좌로 이체되자 은행은 관련자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포착했다. 이후 계좌에 임시조치를 취해 2억6000만원의 피해를 예방했다.
검찰 사칭범에게 속아 이미 1억3000만원을 잃은 고객이 추가 대출금 1억8000만원으로 금을 구매하려던 상황에서도 이상거래를 탐지해 추가 피해를 차단했다. 타 금융회사와 정보를 공유해 투자사기 신고 계좌로의 송금을 막은 사례도 있었다.
금융사기 대응을 위한 조직 간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올해 4~8월 우리은행 FDS 부서는 자금세탁 등이 의심되는 정보 639건을 자금세탁방지(AML) 부서에 전달했으며, 이 가운데 83건이 의심거래보고(STR)로 이어졌다. 같은 기간 다른 은행의 의심계좌 664건도 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플랫폼인 ASAP을 통해 금융권에 공유했다.
우리은행은 전담조직과 전문인력을 활용한 대응도 강화하고 있다. 전 수석은 경찰 재직 당시 '김미영 팀장' 보이스피싱 조직 운영진 검거와 해외 범죄조직 수사 등을 담당한 전문가다. 은행은 이러한 수사 경험을 금융거래 분석과 영업점 대응에 접목하고 있다.
향후 대응체계의 핵심은 AI를 활용한 탐지 고도화다. 우리은행은 기존 거래정보 외에 ▲전자금융 FDS, 로그인 ▲상품 이용 정보 ▲ASAP(보이스피싱 정보공유·분석 AI 플랫폼) 위험계좌 정보 등을 연계해 신종 사기 유형을 분석할 방침이다. 생성형 AI는 새로운 이상징후를 분석하고 탐지 시나리오와 대응 정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된다.
오는 11월 신규 AI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하고 연말까지 안정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사기 예방교육과 경찰 등 외부기관과의 협력도 지속적으로 확대한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금융사기 예방은 고객의 자산뿐 아니라 금융에 대한 신뢰를 지키는 일"이라며 "피해가 발생한 뒤 구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위험징후를 한발 앞서 포착해 고객의 자금이 사기범에게 넘어가기 전에 차단하는 예방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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