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스마트워치 됐는데 반지·안경은 왜?…웨어러블의 ‘불편한 진실'
- [손목 넘지 못한 웨어러블]②
스마트링은 두께·압박감에 ‘서랍행’…디자인·착용감도 구매 장벽
5급 공채도 스마트 글래스 검사…촬영 기준·보안장치 마련 시급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인공지능(AI)과 센서 기술의 비약적 발전에도 불구, 웨어러블 기기들이 대중화의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주머니나 가방에 넣을 수 있지만 웨어러블 기기는 사람의 신체에 밀착해 타인에게 상시 노출되는 ‘장신구이자 옷’이다.
결국 제품 사양이 아무리 뛰어나도 개인의 착용감, 패션으로서의 심미성, 타인의 시선과 공공장소에서의 사회적 에티켓이라는 까다로운 문화적 허들을 넘지 못하면 시장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시당하는 불쾌감’…아마존 헤일로의 몰락과 스마트 글래스의 원죄
웨어러블 기기가 맞닥뜨린 가장 큰 사회적 장벽은 ‘프라이버시’와 ‘사생활 침해’ 논란이다. 기기가 사용자의 신체에 가까워질수록 수집하는 데이터는 사적 영역에 가까워진다. 이는 이용자로 하여금 사생활 침해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을 자극한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가 아마존의 피트니스 밴드 ‘헤일로’(Halo)다. 아마존은 지난 2020년 화면이 없는 미니멀한 밴드를 표방하며 의욕적으로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이용자의 체지방률을 측정하기 위해 속옷 차림의 전신 사진을 다각도로 촬영해 3D 모델을 생성하도록 요구하고 일상 대화의 억양과 음성 톤을 상시 감청해 ‘이용자의 감정 상태’를 분석하는 기능을 내세웠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사용자들은 “빅테크 기업에 내 사진과 일상 대화의 감정까지 넘겨줄 수는 없다”며 불쾌감을 표출했고, 데이터 유출 우려가 겹치며 헤일로는 출시 3년 만인 2023년 불명예스럽게 서비스를 전면 종료했다.
얼굴에 착용하는 스마트 글래스는 ‘타인의 사생활’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저항이 한층 더 격렬하다. 메타와 룩소티카가 협력한 ‘레이밴 메타’ 등 최신 스마트 글래스는 일상적인 뿔테 안경 디자인을 구현해 호평받았지만, 카메라 렌즈가 탑재된 이상 도촬(몰래카메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촬영 시 프레임의 LED 표시등이 켜지도록 설계됐음에도 스티커나 마커로 이를 가리는 편법이 공유되면서 헬스장 탈의실, 화장실, 대중교통 등 공공장소에서의 착용 거부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과거 구글 글래스 착용자의 카페 출입을 금지했던 10여년 전의 사회적 배척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셈이다.
사생활 논란을 피하더라도 ‘패션과 착용감’이라는 감성적 영역은 또 다른 거대한 암초다. 최근 빅테크와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뛰어든 스마트 링 시장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링’이나 ‘오우라’ 등 스마트 링은 시계보다 거부감이 덜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으나, 전통적인 보석·주얼리 시장의 문법과 충돌하고 있다.
반지는 역사적으로 아름다움과 개성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패션 아이템이다. 얇고 유려한 금·은·플래티넘 반지에 익숙한 소비자들에게, 내부에 배터리와 회로 기판, 복수의 광학 센서를 우겨넣어 두께가 2.5~3mm에 달하는 스마트 링은 ‘투박한 장난감’ 혹은 ‘공학용 부품’처럼 느껴질 뿐이다.
착용감의 한계도 뚜렷하다. 반지는 손목시계와 달리 일상생활에서 마찰에 끊임없이 노출된다. 손을 씻을 때 비눗물이 반지 안쪽 센서 틈에 고여 피부염을 유발하거나, 헬스장에서 바벨을 쥘 때 손바닥에 통증을 유발하고 외관 코팅이 쉽게 긁혀 벗겨지는 문제가 반복된다.
사람의 손가락은 기온, 수분 섭취, 피로도에 따라 하루에도 굵기가 수시로 변하는데, 단단한 티타늄 외골격의 스마트 링은 신축성이 없어 부종이 생기면 극심한 압박감을 준다. 결국 호기심에 구매했던 얼리어답터들조차 몇 주 만에 서랍 속에 반지를 넣어두는 배경이다.
손목시계의 ‘수백 년 문화적 관성’…반지·안경엔 없다
스마트워치가 그나마 대중적 기기로 안착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이유는 기술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인류가 19세기 후반부터 100년 넘게 축적해 온 ‘손목시계 착용 문화’라는 강력한 관성이 크게 작용했다. 손목에 시계를 차고 시간을 확인하는 동작은 이미 사회적으로 완벽하게 합의된 자연스러운 에티켓이다.
반면 옷깃에 부착하는 AI 핀, 스마트 안경, 스마트 링은 인류의 기존 행동 양식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조용한 엘리베이터나 회의실에서 옷깃에 손을 대고 AI 핀에 혼잣말을 하거나, 안경테를 툭툭 치며 눈앞의 허공을 응시하는 행동은 주변 사람들에게 위화감과 당혹감을 안겨준다.
문제는 이 같은 ‘사회적 마찰’과 착용의 불편을 상쇄할 만큼의 압도적 효용이 없다는 점이다.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둔 채 음성으로 질문 몇 개를 던지거나 심박수를 재는 대가로, 타인의 따가운 시선과 외모적 어색함을 감수할 대중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웨어러블 기기가 스마트폰의 그늘을 벗어나려면 하드웨어가 신체에 미치는 이물감을 물리적으로 ‘제로(0)’에 가깝게 줄이는 근본적인 기술 도약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그나마 대중화 가능성이 높아 스마트 글래스의 경우 도촬 문제를 확실히 해결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인사혁신처는 올해 7월 실시된 5급 공개경쟁채용시험 2차 시험에서 안경 착용자 전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글래스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처음 시행했다. 다만 관련 법이나 별도 가이드라인은 아직 없다.
결국 스마트 글래스가 차세대 기기로 안착하려면 단순 권고를 넘어선 하드웨어적 강제 장치와 법적·사회적 규범이 필수적이다. 표시등을 테이프나 마커로 가릴 경우 카메라 구동 자체가 즉각 차단되는 물리적 인터록 센서 설계나, 식별하기 쉬운 강제 셔터음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나아가 촬영된 시각 데이터를 외부 서버로 전송하지 않고 온디바이스 AI를 통해 즉시 비식별화·폐기하는 강력한 보안 기술도 뒷받침돼야 한다.
IT업계 관계자는 “타인에게 일상적인 감시 불안을 안기는 기기는 기술적 완성도와 무관하게 시장에서 환영받을 수 없다”며 “촬영 상태를 제3자가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글로벌 표준 규격 마련과 공공장소 착용 가이드라인 등 ‘사회적 수용성’을 확보하는 제도적 장치가 기술 혁신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장윤기 사건·제주 사태…`공룡경찰` 믿을 수 있나, 국감 도마 위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팜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경문 감독, 한화 지휘봉 내려놓는다…끝내 못이룬 우승의 꿈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좋을 때 나쁠 때를 준비해야'…반도체 호황에 대한 이창용의 진단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키스오브라이프 만든 디렉터, 이번엔 버추얼 아이돌[VC 요람]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릴리 본계약 불발에 펩트론 下…한미는 첫 비만약 허가에도 10% 급락[바이오 맥짚기]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