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효능·가격·경험 다 따진다…中 소비자 지갑 여는 조건 [K브랜드, 다시 중국으로]②
- 소비시장 3년 연속 성장에도 소비심리 회복 더뎌
로컬 뷰티 점유율 57%…상품력·현지화가 승부처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중국 소비자가 K-브랜드를 사는 이유가 달라졌다. 과거에는 ‘한국산’이라는 이미지와 한류가 구매를 이끌었지만 이제는 효능과 성능, 가격, 사용 후기까지 꼼꼼히 따진다. ‘K’가 제품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는 될 수 있어도 실제 결제를 결정하는 기준은 아니라는 얘기다.
중국 소비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 심리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갑을 여는 데 더 신중해진 소비자 앞에서 중국 현지 기업들은 제품력과 가격 경쟁력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국내 기업이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술과 디자인, 브랜드 경험을 앞세워 현지 제품과 다른 선택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성·애국 소비 늘고…취향 세분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소비 시장 규모를 나타내는 소매판매 총액은 1년 전보다 3.7% 늘어난 50조1202억위안(약 1경11조5099억5000만원)을 기록했다. 증가 폭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인 2019년의 절반 수준이지만, 시장 규모는 약 22.8% 확대됐다. 지난 2023년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전환 이후 중국의 소비 시장은 3년 연속 증가세다.
시장은 성장 중이지만 소비 심리 회복은 더디다. 팬데믹 이전 120을 웃돌던 중국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 2022년 4월 86.7까지 떨어진 뒤 지난해까지 기준선인 100을 회복하지 못했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 고용과 소득에 대한 불안 등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탓이다.
작년 12월 중국의 데이터 연구 미디어 DT상업관찰이 실시한 소비 계획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 확대’ 의향을 밝힌 응답자는 전체의 33.9%를 차지했다. ▲2023년 56.3% ▲2024년 40.0%에 이어 3년 연속 내림세다.
지난해 7월 시장조사 업체 닐슨은 중국 소비자의 최대 우려 사항이 ‘경기 둔화’(30.4%)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자신과 가정의 행복(29.9%) ▲고용 안정(20.0%) ▲식품 가격 상승(14.0%) ▲건강(13.0%) 등이 뒤를 이었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은 중국 소비자를 더욱 까다롭게 만들었다. 코트라는 지난 7월 발간한 ‘중국 5대 소비재별 최신 시장 동향 및 진출 전략’ 보고서를 통해 중국 소비 시장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 중심으로 전환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중국이 단순히 많이 사는 시장에서 더 따져보고 고르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원산지와 브랜드 등을 중요한 구매 기준으로 삼던 중국 소비자는 이제 ▲성분 ▲효능 ▲안전성 ▲사용 후기 ▲가격 등을 신중하게 비교한 뒤 제품을 산다. 지난 2023년부터 중국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한 ‘이성 소비’(理性消费) 열풍이 최근까지 이어진 영향이다.
코트라는 ▲스마트화 ▲간편화 ▲기능성 ▲맞춤형 등이 중국 소비 시장의 새로운 핵심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Z세대를 중심으로 취향이 세분화하면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제품과 건강관리·라이프스타일 등과 관련된 프리미엄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다.
세대·지역·소득 수준·라이프스타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중국 소비자를 세분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코트라는 봤다. 코트라에 따르면 Z세대가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노년층도 숏폼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소비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면서 소비 성향은 더욱 다양화될 전망이다.
중국 진출을 노리는 한국 기업의 핵심 과제로는 ‘현지 브랜드의 급성장’에 대한 대응을 꼽았다. 중국 현지 기업이 경쟁력을 빠르게 키우는 가운데 K-브랜드가 더 이상 한국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시장을 넓히기 어려워져서다.
중국 문화와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인기를 끄는 현상인 ‘궈차오’(國潮·애국 소비) 열풍도 한국 기업의 입지를 좁히는 요인 중 하나다. 궈차오 트렌드는 특히 화장품 시장에서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중국 뷰티 시장에서 중국산 브랜드의 점유율은 지난 2021년 49.6%에서 작년 57.4%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입 브랜드 비중은 50.4%에서 42.6%로 낮아졌다.
효능 입증하고 취향 쪼개야
K-뷰티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가성비’만 앞세운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독자적인 원료와 성분을 개발하고 특허 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브랜드 스토리와 디자인, 고객 경험을 결합해 중국 로컬 브랜드와 차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제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객관적인 수치와 시험 결과로 입증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중국에서 확산하는 ‘이성 소비’는 무조건 저렴한 제품을 찾는 것이 아니라 가격에 걸맞은 효과와 품질을 요구하는 소비에 가깝기 때문이다.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해당 제품을 선택해야 할 이유를 분명하게 제시하면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있다는 의미다.
현지화 전략도 한층 정교해져야 한다. 중국 소비자를 하나의 집단으로 보지 않고 지역과 연령, 소득 수준, 생활 방식에 따라 세분화해야 한다. 습도가 높은 남부와 건조하고 추운 북부의 기후 차이를 제품의 소재와 기능에 반영하고, Z세대에는 디자인과 개성을, 중장년층에는 기능성과 신뢰도를 강조하는 방식이다.
무신사도 한국에서 검증된 상품을 그대로 중국에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소비자의 기후와 체형, 구매 습관을 상품 기획에 반영하고 있다. 티몰·샤오홍슈·더우인 등 중국 소비자에게 익숙한 플랫폼에서 얻은 반응과 데이터를 제품과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디지털 마케팅은 단순히 제품을 알리는 수단을 넘어 소비자의 선택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바뀌고 있다. 검색량과 사용 후기, 구매 전환율, 재구매율 등을 분석해 반응이 낮은 제품은 줄이고 수요가 확인된 제품에 집중해야 한다. 한류 스타를 앞세워 일시적인 관심을 끄는 데서 벗어나 제품을 처음 접하는 순간부터 구매 이후 서비스까지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패션 시장은 온라인·콘텐츠 기반 소비가 확대되는 동시에 오프라인에서도 쇼핑몰 중심으로 소비 구조가 재편되는 등 변화가 빠르다”며 “현지 고객 수요를 반영한 상품 기획과 SKU 효율화, 온라인 플랫폼과 쇼핑몰·아웃렛을 아우르는 채널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김선택 티큐브잇 대표 “T세포 배양 플랫폼 앞세워 日 협업 본격화” [바이오재팬 2026]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달려라 하니’ 故 장정진 성우, 송편 먹기 게임이 부른 비극… 벌써 22년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한국에 알려주면 중국에 샌다?”…美가 정보공유 꺼리는 이유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뷰티 유통·B2B 솔루션 매물로…패션 대기업 인수 수요도[M&A 딜보드]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단독]월1회·최대 3개월 내세웠던 펩트론…특허 속 효능시험은 최대 2주 간격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