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동네 은행, 10년 새 1700곳 사라졌다…‘9시 점포’ 해법 될까?
- [은행 창구의 재편]②
디지털 전환에 10년 새 점포 1700곳 감소
저녁 영업 점포 늘려도 금융 접근성은 과제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은행권의 대면 창구가 빠르게 줄고 있다. 모바일뱅킹 이용이 늘면서 은행들은 영업점을 통폐합하는 대신 화상상담과 무인기기, 탄력점포 등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내년 4월부터 은행 점포 개점 시간도 오전 9시30분으로 늦춰지는 만큼, 달라진 영업 환경에서 대면 금융 수요를 어떤 방식으로 충족할지가 과제로 떠오른다.
오후 9시까지 운영…특화 점포 실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 수는 2016년 상반기 말 7374개에서 올해 상반기 말 5678개로 10년 새 1696개 줄었다. 모바일·인터넷뱅킹 이용이 일상화하면서 오프라인 방문 수요가 감소했고, 은행들은 점포 운영비와 인력 부담을 고려해 통폐합을 이어왔다. 코로나19를 거치며 비대면 금융 이용이 더 늘어난 것도 점포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내년 4월부터 은행 점포 개점 시간을 오전 9시에서 오전 9시30분으로 늦추기로 합의하면서, 대면 금융의 시간적 공백을 메우는 일도 과제가 됐다.
일부 은행은 정규 영업시간 밖에서도 고객을 만나는 탄력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여섯시은행’(9To6 Bank)이 대표적이다. 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인 고객 상담 업무를 제공하는 시간 특화 점포로, 대출·퇴직연금·자산관리·상속처럼 설명과 상담이 필요한 업무 수요를 겨냥했다.
디지털 기기를 통한 창구 업무 대체도 늘고 있다. 신한은행은 오후 9시까지 운영하는 ‘이브닝 플러스’와 토요일에도 문을 여는 ‘토요일 플러스’ 지점을 운영한다. 해당 지점에서는 화상 기반 금융상담을 제공한다.
우리은행 또한 ‘스마트키오스크’를 통해 평일 오후 9시, 휴일 오후 6시까지 직원과 화상상담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은행은 화상상담 기반의 디지털 무인점포인 ‘하나 9시 라운지’에서 평일 오후 9시까지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고령층·복합 업무 앞에선 화상상담 한계
은행들이 화상상담을 확대하는 것은 단순 조회·이체·증명서 발급처럼 반복적인 업무를 비대면으로 옮기기 위해서다. 직원은 복잡한 상담과 금융소비자 보호 업무에 집중하고, 고객은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덜 수 있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화상상담이 모든 대면 금융을 대체하기는 어렵다. 상속·증여나 법인 계좌 거래는 관계 확인과 서류 검토가 복잡하고, 대출 상담은 고객의 소득·자산·상환 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보이스피싱이나 이상거래 피해를 의심하는 고령층 고객에게도 ‘앱에서 해결하라’고 안내하기보다 직원이 직접 설명하고 판단을 돕는 창구가 필요하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은행 점포 분석에 대한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고령화 수준이 높은 비수도권 지역일수록 은행 점포에 대한 물리적 접근성이 대체로 나쁘다고 분석했다. 점포 폐쇄에 따른 금융소외를 막으려면 지역별 이동거리와 인구구조를 사전영향평가에 더 구체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금융당국 또한 은행 점포 폐쇄 때 사전영향평가와 지역 의견 청취, 대체수단 마련 등을 포함한 공동절차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3월부터는 실질적인 이동거리 변화가 없는 같은 건물 내 이전 등을 제외하고, 반경 1㎞ 안의 점포 통폐합에도 사전영향평가와 지역 의견 청취 등 폐쇄 절차를 거치도록 했다. 아울러 비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이동점포를 확대하고, 보조 인력을 배치한 디지털 점포와 공동 ATM 등 대체수단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해외 은행은 ‘대리업’으로 접점 보완
해외도 점포 축소가 금융소외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미국은 취약 소득계층이나 특정 인종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의 금융 접근성 악화를 오래전부터 정책 과제로 다뤄왔다. 영국은 은행 지점 폐쇄 때 금융행위감독청(FCA) 지침에 따라 고객의 현금·금융서비스 접근성 변화를 평가하고, 대체 수단을 마련토록 하고 있다.
호주는 지점 감소에 따른 금융서비스 접근성 저하에 대응해 대형 은행의 지점 폐쇄를 일시적으로 유예하고 대체 서비스 제공 방안을 논의해 왔다. 실제로 2025년 2월 호주 4대 시중은행은 2027년 중반까지 지점 폐쇄를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우체국을 활용한 대리 서비스를 통해 농촌과 오지의 금융 접근성을 보완하는 방안도 운영 중이다.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먼저 진행된 일본에서는 지방은행의 점포 축소 과정에서 우체국 등과 연계한 은행대리업이 지역 주민의 금융 접점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일부 지방은행은 점포 운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격일 영업도 도입했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 특성을 고려한 대체수단 활성화 방안에 포함된 이동점포 활용은 해외에서도 비용 효율성이나 이용률 측면에서 크게 성공하지 못한 바 있어 호주나 일본과 같은 대리업 활성화가 중요해 보인다”며 “현재 은행업 위탁 범위와 관련된 은행 법이 개정되지 못한 상황에서 시범운영을 통한 은행대리업 활성화는 큰 한계가 있어 관련 법 제도 여건을 신속히 마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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