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구시대적 외국인 금융” 카카오뱅크, ‘5분 계좌개설’로 벽 깬다
- 외국인 전용 앱 말고 ‘카뱅 앱’에서 50여개 서비스
계좌·송금·카드·상담 비대면으로…AI 번역도 적용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거주 중인 집 월세가 80만원인데 이체 한도가 30만원이라 3일에 나눠 보냈어요. 집주인이 이해하지 못했고, 오류가 나도 전화 상담은 어려운 한국말뿐이었죠.”
중국인 유학생 하니 씨는 한국에서 겪은 금융 불편을 이렇게 전했다. 미국인 데이브 씨도 “한국인용 은행 앱과 외국인용 앱이 따로 있어 안 되는 일이 많다”며 “한국인이 2026년 수준의 은행 시스템을 쓴다면 외국인은 2001년 수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가 이처럼 국내 거주 외국인이 겪어 온 금융 불편을 줄이기 위한 서비스를 내놨다. 외국인 전용 앱을 별도로 운영해 서비스 범위가 제한되던 기존 방식과 달리, 내국인이 사용하는 카카오뱅크 앱 안에서 외국인도 계좌 개설과 송금, 카드 발급, 상담 등 주요 금융·생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외국인에게도 내국인과 같은 수준의 금융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카카오뱅크는 12일 서울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에서 ‘외국인 서비스 프레스톡’을 열고 ▲외국인통장 ▲프렌즈 체크카드 ▲해외송금 서비스와 다국어 상담·보안·생활 편의 기능을 공개했다. 외국인 고객도 영업점 방문 없이 통장을 만들고 ▲이체 ▲ATM 수수료 면제 ▲체크카드 캐시백 ▲AI·생활 편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 고객 약 2800만명에게 제공해 온 금융 경험을 외국인 고객의 이용 환경에 맞춰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장기체류 외국인 인구는 2022년 168만9000명에서 2023년 188만2000명, 2024년 204만2000명, 2025년 214만9000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계좌 개설 과정에서 고객확인(KYC)과 해외납세의무 확인 등을 위해 서류를 내거나 영업점을 방문해야 하는 경우가 있었다.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더라도 절차가 앱에서 완결되지 않거나 외국어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이용에 제약이 있었다.
카카오뱅크는 정식 출시 전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베타 테스트를 진행했다. 회사에 따르면 테스터 모집 공고 후 하루 이틀 만에 수백여명의 외국인이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지원자는 별도 보상이 없어도 서비스를 먼저 써보고 불편 사항을 전달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체류 외국인 사이에서 비대면 금융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개선 요구가 그만큼 컸다는 설명이다.
영업점 방문 없이…5분 만에 계좌 개설
카카오뱅크의 ‘외국인통장’은 중국과 베트남을 포함한 200여개국 국적의 만 19세 이상 외국인이 만들 수 있다. 모바일 챗봇 방식으로 개설 절차를 구현해 별도 심사가 필요하지 않은 고객은 약 5분 만에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재직증명서와 급여명세서, 거주자증명서 등 필요한 서류도 앱에서 제출한다. 외국인 전용 셀카 인증과 공공 마이데이터를 도입해 이름·국적·주소·직업 확인 절차를 간소화했다. 해외납세의무 확인이나 추가 심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앱에서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비자 연장 등에 필요한 잔액증명서와 거래내역서도 앱에서 발급받는다. 원화 잔액과 함께 달러·위안·엔 등 9개 통화로 환산한 금액을 실시간으로 보여줘 고객이 익숙한 통화로 잔액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체와 ATM 입출금 수수료는 국내 고객과 동일하게 조건 없이 면제한다. 외국인 고객도 모임통장을 만들고 파킹통장인 세이프박스에 가입할 수 있다. 외국인통장은 1인당 최대 2개까지 개설 가능하다.
체크카드는 우선 국내 전용 프렌즈 체크카드로 제공한다. 내국인과 같은 캐시백 혜택을 적용하며, 연말에는 해외 결제도 가능한 프렌즈 체크카드를 추가 출시할 예정이다. 신한카드와 협업한 PLCC ‘카카오뱅크 착붙 신한카드’ 신청과 신용카드 혜택 비교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해외송금 보내기는 한패스와 제휴해 약 200개국, 50여개 통화를 지원한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로 송금할 때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해외송금 받기는 카카오뱅크가 직접 제공하며 수취 수수료를 전액 면제한다.
“외국인도 한국인과 같은 앱에서”
카카오뱅크는 외국인 전용 앱을 따로 만들지 않은 점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외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홈 화면에서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상품 가입과 고객 문의 채널 등 주요 화면에 AI 번역을 적용했다.
출시 초기에는 영어·중국어·베트남어를 지원하고 1대1 영어 상담도 제공한다. 내년에는 지원 언어를 7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서비스 출시와 동시에 외국인 고객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는 50여개에 이른다.
이날 간담회에서 배정호 카카오뱅크 외국인고객캠프장은 “외국인과 내국인의 채널을 분리하면 시간이 갈수록 금융 서비스 격차가 커질 수 있다”며 “내국인이 이용하는 카카오뱅크 앱을 외국인에게도 열어 출시와 동시에 50개가 넘는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안 체계도 외국인의 체류 특성과 인증 환경을 고려했다. 체류기간이 만료된 계정이 악용되지 않도록 ‘외국인 체류기간 관리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외국인 전용 안면인증과 이상거래탐지(FDS) 기능을 적용했다. AI 스미싱 문자 확인과 명의도용 예방 서비스도 외국인 고객이 이용할 수 있다.
배 캠프장은 “국내 고객이 누려온 편리한 금융과 혜택을 외국인 고객에게도 동일하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며 “다국어 서비스와 전용 인증, 보안 기능 등 외국인 고객에게 필요한 기능을 더해 한국에서의 금융 생활을 더 쉽고 안전하게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예·적금 등 추가적인 서비스는 내년에야 출시한다. 카카오뱅크는 2027년 예·적금과 오픈뱅킹, 대출비교 서비스를 추가해 외국인이 이용할 수 있는 상품군을 넓힐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방한 외국인과 재외국민으로 고객군을 확대하고, 수신·여신·지급결제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김종헌 카카오뱅크 수신상품팀 매니저는 “외국인 고객에게 완결성 있는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가장 필요도가 높은 입출금통장과 세이프박스를 우선 선보였다”며 “예·적금 출시 전까지 세이프박스를 통해 연 1.8% 금리 혜택을 제공하고, 내년부터 다양한 수신상품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IS 인터뷰] "기록 욕심에 잘못된 생각했다" 배트 내동댕이 사과한 KT 최원준, "좋은 사람 되는 게 신기록보다 중요"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팜이데일리
일간스포츠
홍콩 유명 女 배우, 사망 23년 만에 유골 실종…유족, 현상금 걸고 “극심한 고통” [IS해외연예]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코스피 오르기만 기다렸는데”…개미가 산 83조, 반등 발목 잡나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뷰티 유통·B2B 솔루션 매물로…패션 대기업 인수 수요도[M&A 딜보드]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단독]월1회·최대 3개월 내세웠던 펩트론…특허 속 효능시험은 최대 2주 간격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