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금 1억원까지 보호”에도…기대 빗나간 저축은행 ’머니무브’
- [예보한도 상향 1년, 저축은행 효과는]①
사전 연구용역 ‘예금 16~25% 증가’ 전망 했지만
약 1년간 2.76% 증가 그쳐…예보료는 순익 절반 수준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예금자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저축은행업권이 기대했던 ‘머니무브’(자금 이동)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직후에는 수신이 일시적으로 늘었지만 상승세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활황에 시중은행과의 금리 격차까지 좁혀지면서 저축은행 예·적금으로 돈이 대거 이동할 유인이 크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대와 달랐던 ‘1억원 한도 상향’ 효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105조2141억원으로 집계됐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직전인 지난해 8월 말 102조3866억원과 비교하면 2조8275억원(2.76%) 늘었다. 같은 기간 예금은행 총수신잔액은 2725조1031억원에서 2899조3819억원으로 174조2788억원(6.40%) 증가했다. 저축은행 수신 증가율이 예금은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셈이다.
예금자보호한도는 지난해 9월부터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됐다. 금융회사별로 원금과 이자를 합쳐 1인당 1억원까지 보호받을 수 있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주는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그동안 5000만원을 넘는 여유자금을 여러 금융회사에 나눠 넣던 예금자가 저축은행 한 곳에 더 많은 돈을 맡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예금보험제도 개선을 검토하면서 실시한 사전 연구용역에서는 보호한도를 1억원으로 높일 경우 저축은행 예금이 16~25%가량 늘어날 수 있다는 추산도 나왔다. 하지만 실제 수신 증가율은 이보다 크게 낮았다. 보호한도 확대만으로는 증시 투자 열기와 금리 경쟁력, 개별 저축은행의 건전성 우려를 넘어서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시장에서도 전망은 엇갈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도 상향을 앞둔 지난해 8월 보고서에서 단기적으로 은행과 저축은행 간 대규모 자금 이동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2024년 이후 두 업권의 월평균 정기예금 금리 격차가 약 0.21%포인트에 그쳐, 예금자가 거래처를 바꿀 만큼의 유인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1년간의 수신 흐름은 이 같은 단기 전망에 가까웠다.
실제 제도 시행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해 9월 말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105조165억원으로 한 달 만에 2조6299억원 늘었다. 하지만 10월 말에는 103조5094억원으로 줄었고, 이후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올해 들어 저축은행들이 수신 방어에 나서면서 잔액은 다시 늘었지만, 보호한도 상향이 지속적인 수신 확대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증시로 예금 빠지고 금리 매력도 저하
저축은행 수신의 가장 큰 변수는 증시다. 지난해부터 국내외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면서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등 위험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예금자보호한도 확대는 원금 손실 우려를 줄이는 제도지만, 기대수익률이 높은 투자처가 부각된 국면에서는 예금 유치 효과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금리 경쟁력도 저축은행 수신 확대를 이끌 만큼 크지 않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지난 10월 13일 기준 연 3.78%다.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최고금리인 연 3.50~3.65%보다 0.13~0.28%포인트 높은 수준에 그친다. 예금자 입장에서는 금리 차이가 크지 않은 만큼 거래 편의성과 안정성 인식이 높은 시중은행을 떠나 저축은행으로 자금을 옮길 유인이 제한적일 수 있다.
업권에서는 제도 효과를 단기 수신 잔액만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도 나온다. 예금자보호한도 확대가 금융시장 불안 상황에서 예금 인출을 막고 수신 기반을 안정시키는 심리적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평상시에는 금리와 건전성, 자본시장 수익률 등 복합적인 요인이 예금 흐름을 좌우하는 만큼 한도 상향만으로 머니무브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예보 관련 비용 부담도 저축은행업권의 고민이다. 예금보험료는 금융회사가 영업정지나 파산 등으로 예금을 지급하지 못할 때 예금보험공사가 예금자에게 보호한도 내 원리금을 지급하기 위해 금융회사로부터 걷는 보험료다. 저축은행업권이 올해 상반기 납부한 예금보험료는 3873억원으로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7658억원의 50.6%에 해당한다.
예금보험료율을 높여야 한다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 현재 저축은행 보험료율은 0.40%다. 예금보험공사가 의뢰한 연구용역 중간 결과에서는 저축은행 예금보험료율을 0.54%로 올리는 방안이 제시됐다. 현행 법정 상한을 웃도는 수준인 만큼 실제 반영을 위해서는 법령 정비와 업계 의견수렴이 필요하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자금 이동이 미미한 상황에서 최근 논의되는 예금보험료율 상향까지 현실화되면 저축은행업권의 비용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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