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의 다음 선택 인도…7년간 20조원 투자
- 모디 총리 만나 중장기 계획 설명
현지 생산·연구개발 투자 확대
연 140만대 생산 체제 확보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인도에 향후 7년간 155억달러(약 20조7000억원)를 투자한다. 생산시설 확충뿐 아니라 연구개발(R&D)과 미래 모빌리티 분야로 투자를 확대해 인도를 신흥국 시장 공략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를 직접 만나 이 같은 중장기 투자 계획을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13일(현지시간) 인도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모디 총리와 개별 면담을 가졌다고 14일 밝혔다. 두 사람은 현대차그룹의 현지 사업 현황과 성장 전략을 비롯해 인도 모빌리티 산업의 발전 방향 등을 논의했다.
모디 총리는 2014년 5월 취임 이후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 정책을 추진하며 인도를 세계 6위 경제 대국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 '선진 인도 2047'(Viksit Bharat 2047)을 국가 비전으로 내걸고 미래 산업 육성과 제조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2024년 3연임에 성공해 현재 3기 내각을 이끌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모디 총리에게 "현대차그룹은 1996년 인도에 진출한 이후 지난 30년간 인도와 함께 성장해 왔다"며 인도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에 감사를 전했다.
이어 인도 사업 현황과 중장기 투자 계획을 소개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푸네 공장 가동을 통해 연 140만 대 생산 체제를 확보하였으며, 안정적인 생산으로 인도 자동차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신흥국 수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투자를 통해 신공장 건설과 R&D 역량 강화, 현지 공급망 경쟁력 확보, 미래 신기술 개발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인도 내 사업 기반을 강화하고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해 현지 최상위 모빌리티 기업으로 자리 잡겠다는 목표다.
정 회장은 현지 사회공헌 활동도 소개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사회적 약자 지원, 미래세대 성장 지원 등 인도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다양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 중"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과 모디 총리의 만남은 이번이 여덟 번째다. 정 회장은 지난 4월 한국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 당시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모디 총리가 주최한 오찬 등에 참석했다. 2024년에는 현대차 인도법인의 현지 증시 상장을 계기로 모디 총리와 별도 면담을 진행했다. 이 밖에도 2015년 모디 총리의 방한과 한·인도 비즈니스 서밋, 인도 'MOVE 모빌리티 서밋' 등을 계기로 교류를 이어왔다.
현대차그룹이 인도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배경에는 현지 자동차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의 핵심 국가라는 전략적 가치가 자리하고 있다.
인도는 약 14억7000만명의 인구를 보유한 경제 대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9월 인도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7.1%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10월 발표한 전망에서 인도가 올해와 내년 각각 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이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80% 이상을 차지하는 승용차 시장은 지난해 457만대에서 올해 525만대로 약 1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수입차 관세도 현지 생산 기반의 중요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인도는 수입 완성차에 70~11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여기에 중동과 아프리카 등 주요 신흥시장과 인접해 수출 거점으로 활용하기에 유리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제조 원가도 경쟁력으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자동차 시장의 성장에 맞춰 현지 생산시설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현재 현대차는 첸나이 1·2공장과 푸네 3공장, 기아는 아난타푸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인도에서 현대차 57만1878대, 기아 28만286대 등 총 85만2164대를 판매했다. 시장 점유율은 18.7%로 인도 자동차 시장에서 2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현지 경쟁력 키우는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사업 기반을 토대로 현지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릴 계획이다. 생산시설 확충과 함께 연구개발, 공급망, 미래 신기술 분야에도 투자를 확대한다.
R&D 분야에서는 현지 연구개발 인프라를 확충하고 우수 인재 확보에 나선다. 인도 소비자의 특성과 수요에 맞춘 차량과 기술을 보다 빠르게 개발하고 공급하기 위해서다.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현지 기업 및 스타트업과 협력을 강화한다. 현대차그룹은 인도 TVS 모터 컴퍼니와 공동으로 전기 3륜차(i3W) 시제품 개발을 마쳤으며, 2027년 말 상용화를 목표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 영역도 넓힌다.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를 비롯해 자동차 금융과 전기차 충전 인프라, 폐차 재활용 등으로 사업 기회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뒷받침할 투자 전문 법인도 인도에 설립할 계획이다. 해당 법인은 그룹 차원의 미래 투자 과제를 발굴하고 조율·집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R&D 인프라와 미래 신기술 분야의 투자를 관리하는 한편 현지 협력사 발굴과 전략적 투자도 지원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현지 정책과 산업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장기적인 사업 기반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사업 확대와 함께 인도 현지 사회공헌 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은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자립을 돕는 '사마르스(Samarth)' 캠페인이다. 현대차그룹은 장애인 운동선수들에게 재정적 지원과 훈련 인프라를 제공하고 장애인 인식 개선을 위한 영상 콘텐츠도 제작·배포하고 있다.
미래세대 교육 지원에도 나선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타밀나두주 첸나이에 직업기술학교인 HATS(Hyundai Academy for Technical Skills)를 설립해 운영할 계획이다.
HATS에서는 자동차 생산과 정비, 스마트 팩토리, 건설, 산업안전 등 다양한 분야의 직업기술 교육을 제공한다. 연간 약 1만3000명의 전문 인력을 양성해 인도 제조업과 첨단기술 산업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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