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반도체 패권전쟁]③
CXMT, 범용 D램 넘어 DDR5·HBM 개발 속도…YMTC는 고적층 낸드 추격
화웨이 중심 자립 생태계 구축…저가 공세와 기술 격차 축소 ‘이중 위협’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중국이 범용 D램을 넘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적층 낸드플래시까지 추격하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시장을 주도해 온 K반도체의 ‘초격차’ 방어선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도 중국은 국가 차원의 지원과 거대한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범용 D램에서 시작된 저가 공세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부가 메모리 시장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범용 D램 흔든 CXMT, HBM까지 노린다
중국 메모리 굴기의 선봉장은 창신메모리(CXMT)다. CXMT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웨이퍼 생산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왔다. DDR4와 LPDDR4 등 범용 D램 시장에서는 낮은 가격을 앞세워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
추격 범위는 첨단 제품으로 넓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CXMT는 DDR5 수율을 높이는 동시에 HBM3 샘플을 개발해 고객사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HBM 양산 수율과 품질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아 당장 글로벌 빅테크 공급망에 진입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CXMT는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초기 수율 손실을 감수하면서 실리콘관통전극(TSV) 패키징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수율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중국산 AI 가속기에 필요한 HBM 수요부터 빠르게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CXMT는 셀 면적을 줄여 집적도를 높이는 차세대 D램 구조인 ‘4F²’ 기술 개발에도 나섰다. 미세공정 전환의 한계를 셀 구조 변화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기술 발표와 실제 양산은 구분해야 한다. 4F² 구조를 구현하려면 수직 채널 트랜지스터 등 새로운 기술과 미세 패턴 공정 능력이 필요하다. 미국의 첨단 장비 규제 속에서 CXMT가 양산 수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는 양쯔메모리(YMTC)의 추격이 거세다. YMTC는 독자적인 3차원 적층 기술인 ‘엑스태킹’(Xtacking)을 고도화하며 200단 이상 고적층 낸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수출 규제로 첨단 장비 도입에 제약을 받고 있지만 기존 장비와 다중 패터닝 기술을 활용해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 YMTC 낸드는 중국 PC와 스마트폰 제조사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채택되며 자국 시장을 넓히고 있다.
화웨이가 만든 중국 반도체 ‘안전판’
중국 메모리 기업의 추격이 위협적인 이유는 화웨이를 중심으로 자립형 AI 반도체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제재로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가속기 확보가 어려워지자 중국 기업들은 화웨이의 신경망처리장치(NPU)인 ‘어센드’ 시리즈를 대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화웨이가 AI 반도체를 설계하고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 SMIC가 생산하는 구조다. 여기에 CXMT의 고성능 D램과 HBM이 더해지면 설계부터 생산, 메모리까지 중국 안에서 조달하는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
엔비디아와 TSMC, SK하이닉스가 구축한 최상위 AI 시스템과 비교하면 성능과 생산 안정성에서 격차가 있다. 그러나 중국어 거대언어모델(LLM)의 학습과 데이터센터 추론 등 자국 수요를 일부 감당할 수 있다는 평가다.
거대한 내수 시장은 중국 반도체 기업의 ‘안전판’ 역할도 한다. 초기 제품이라도 자국 기업이 구매하면 실제 사용 데이터를 확보해 설계를 개선하고 수율을 높일 수 있다. 최고 성능보다 안정적인 자국 공급망을 먼저 구축하며 기술 격차를 좁히는 전략이다.
저가 공세에 중국 공장 운용 부담까지
중국의 공격적인 증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부담이다. 중국 업체들이 범용 D램 공급을 늘리면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어서다. 국내 기업들은 DDR4 생산을 줄이고 DDR5와 HBM3E·HBM4 등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중국 생산기지 운용도 과제다. 삼성전자 시안 낸드 공장과 SK하이닉스 우시 D램·다롄 낸드 공장은 양사의 핵심 해외 생산거점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 내 외국계 반도체 공장에 적용하던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폐지하면서 미국산 장비와 기술을 들여오려면 건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 공장 운영에 필요한 허가는 내줄 방침이지만 생산능력 확대나 기술 고도화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공장 가동은 이어갈 수 있지만 첨단 장비 도입이 늦어지면 기술 전환과 생산성 개선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 중국 업체들과 가격 경쟁을 벌이는 동시에 미국의 규제에도 대응해야 하는 이중 부담을 안게 된 셈이다.
중국의 HBM 기술이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위협할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HBM은 미세공정과 TSV, 첨단 패키징, 발열 제어뿐 아니라 고객사 인증과 안정적인 양산 경험까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범용 시장을 중국에 내주고 고부가 제품으로 이동하는 전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중국 업체가 DDR5와 HBM으로 제품군을 넓히면 국내 기업이 지켜야 할 시장도 점차 좁아질 수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공세를 가격으로 방어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국내 기업은 1c D램과 HBM4 등 차세대 제품에서 수율과 신뢰성을 확보해 기술 격차를 다시 벌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호 서울대 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는 CXMT의 4F² 기술에 대해 “정부 연구비 지원에 따른 성과를 강조하려는 발표일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CXMT가 언급한 수직 채널 트랜지스터(VCT)는 나노 단위의 미세 패턴을 형성해야 해 구현 난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어 “실험실 수준의 연구 성과와 대량 양산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며 “실제 양산 여부와 수율이 검증되기 전까지 과도하게 불안해하기보다 기술 진척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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