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일반
“52시간만이 아니다”…기업이 ‘초광역특구 노동특례’ 원하는 이유
-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넘어 선택근로제 3→6개월 확대 주목
경총 “특구에서라도 근로시간 유연화 필요”
현재 논쟁은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통한 주 52시간제 예외 허용 여부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두 법안을 뜯어보면 쟁점은 근로시간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 확대와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 연장 등 기업의 인력 운용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특례가 함께 걸려 있다. 두 법안이 향후 병합심사를 거칠 예정인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최종안에 노동특례가 어느 수준까지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기업은 ‘인력 운용’ 혜택이 중요
국회 등에 따르면 박상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20일 ‘초광역특구법’을 대표 발의했고, 다음 날 최기상 의원도 같은 이름의 법안을 내놨다. 두 법안의 가장 큰 차이는 노동특례다.
박 의원안은 일정 요건을 갖춘 연구개발(R&D) 근로자에게 근로시간·휴게·휴일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을 담았다. 선택근로제 정산기간도 현행 최대 3개월에서 6개월로,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은 노사 합의를 전제로 2년에서 4년으로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최 의원안에는 이 같은 노동특례가 모두 빠졌다.
다만 두 법안이 각각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민주당은 노동특례를 포함한 안과 제외한 안을 함께 테이블에 올린 뒤 충분한 숙의와 노사정 논의를 거쳐 병합심사 과정에서 최종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쟁점은 최종안에 노동특례가 어느 수준까지 살아남느냐에 모일 전망이다.
산업계의 관심도 병합 과정에서 어떤 노동특례가 최종안에 반영될지에 쏠린다. 특히 논란이 된 화이트칼라 이그젬션뿐 아니라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 등 보다 폭넓은 인력에 적용되는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도 함께 담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도체·AI·배터리 등 첨단산업은 신제품 개발과 공정 전환, 양산 직전 등 특정 시기에 R&D 업무가 집중되는 경우가 많다. 선택근로제 정산기간이 현행 최대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나면 기업은 반년 단위 프로젝트의 업무량 변화에 맞춰 근로시간을 배분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기간제 사용기간이 2년에서 4년으로 확대되면 특정 기술이나 프로젝트를 위해 채용한 전문인력을 보다 장기간 활용할 수도 있다.
기업들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다. 첨단산업의 R&D는 업무량이 일정하게 유지되기보다 개발 단계에 따라 특정 기간에 업무가 집중되는 특성이 있다. 정산기간이 6개월로 늘어나면 프로젝트 초기와 시험·검증, 양산 전환 등 업무량 변화에 맞춰 인력을 운용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재계에서는 노동특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개별 기업이 현 단계에서 공개적으로 찬반 입장을 밝히기는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아직 법안 발의와 노사정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특정 특례의 도입을 기업이 직접 요구할 경우 노동계와의 갈등으로 비칠 수 있어서다. 그러면서도 노동특례에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외에 일반 근로자들의 근무 유연성 내용까지 담기길 기대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이 일부 고소득 R&D 인력의 근로시간 규제를 풀어주는 제도라면 선택근로제 확대는 보다 폭넓은 인력의 근로시간 배분과 관련된 문제인 셈”이라며 “중요도를 매기긴 어렵지만 후자도 전자못지 않게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구에서라도 풀어달라”…경영계는 노동특례 요구
경영계는 특구에 한정해서라도 근로시간 유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동희 한국경영자총협회 근로기준정책팀장은 “경영계는 기본적으로 근로시간 제도를 전반적으로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초광역특구에서라도 근로시간 특례를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발의된 법안 가운데 노동특례를 포함한 방안이 국회 논의를 거쳐 통과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동특례를 둘러싼 이견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 측도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을 신설하는 특별법 대신 시행령 개정을 통한 대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의 반발을 고려해 기존 제도 안에서 기업의 근로시간 운용에 유연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반도체 업계의 R&D 인력 근로시간 특례 요구에 대해 “기존 제도 시행령을 수정하거나, 절차를 쉽게 하는 방법이 있는지 서로 깊이 논의해 보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어 “고용노동부 장관 시행령으로 (유연성 부여 등을) 할 수 있는 여지들이 있어 보인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검토 중인 시행령 개정 방안에 대해 김 팀장은 “산업통상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확인한 결과 여러 방안을 선택지로 놓고 함께 검토하자는 취지로 파악하고 있다”며 “관련 사안에 대한 사회적 대화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노사가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계 반발은 거세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은 지난 10월 26일 시민사회단체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특례 철회를 요구했다. 화이트칼라 이그젬션과 선택근로제 확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등이 장시간 노동과 고용 불안을 키우고 지역 간 노동조건 완화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두 법안은 향후 노사정 논의와 병합심사를 거쳐 조정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노동특례가 어느 수준까지 최종안에 반영될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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