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단일종목 레버리지ETF 문 연 김용범, 뒷북 수습에 ‘진땀’
- [사든, 팔든 몰빵 투자]②
예탁금 한도 1000만원→3000만원…개인 투자 문턱 확 높여
광고 금지·신규 상장 중단까지…레버리지 시장에 고강도 처방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 두 달 만에 10조원대 시장으로 급성장했지만, 정작 제도 도입 당시 내세웠던 정책 효과를 제대로 거두고 있는지를 두고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외 레버리지 상품으로 빠져나가던 투자 수요를 국내로 돌리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일부 종목에 단기 투기성 자금이 집중되면서 시장 변동성을 오히려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정부가 결국 신규 상장을 중단하고 기본예탁금을 현금 3000만원으로 높이는 등 출시 두 달 만에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초 기대했던 외화 유출 방지와 투자자 보호 효과가 실제로 얼마나 있었는지, 반대로 과도한 단기 매매와 변동성 확대라는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난 것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도입 당시 “미국에는 있지만 한국에는 없다”며 필요성을 강조했던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최근 “이미 10조원 이상 규모가 형성돼 상장 폐지는 어렵다”며 보완책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제도를 유지한 채 규제만 강화하는 방식으로 당초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ETN(상장지수증권)은 지난 5월 27일 처음 출시됐다. 도입 배경에는 국내외 규제의 비대칭 문제가 있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개별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배수로 추종하는 상품이 거래되고 있었고, 2025년부터는 홍콩에서 국내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까지 등장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투자자 보호장치가 약한 해외 상품에 직접 투자하자 정부는 해당 수요를 국내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자본시장 경쟁력과 상품 다양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제도 도입을 추진했다. 김 실장도 도입 과정에서 “미국에는 있지만 한국에는 없다”는 취지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에서 상품을 막아도 투자자가 해외 시장으로 이동한다면 자금만 빠져나갈 수 있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몸집을 불렸다. 16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시가총액은 출시 당시 4조4000억원에서 지난 7월 15일 11조9000억원으로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약 2.7배로 증가했다. 하루 거래대금도 출시 첫날 10조4000억원에서 지난 15일 13조원으로 늘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상품으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우려가 커졌다. 두 종목이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말 34%에서 지난 7월 15일 52%까지 높아졌다. 여기에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통한 단기 자금까지 대거 몰리면서 기초자산과 지수의 변동성을 추가로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문제는 투자자 손실을 넘어 현물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일간 수익률을 일정 배수로 추종하기 위해 지속적인 리밸런싱이 필요하다. ETF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NAV) 간 차이인 괴리율을 맞추기 위한 유동성공급자(LP)의 매매까지 장 마감 무렵 집중되면서 시장 변동성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김 실장 역시 지난 7월 19일 괴리율 관리를 위해 장 마감 전 30분 동안 매수·매도가 집중되면서 시장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괴리율 관리 시간을 넓히거나 현물 매매 외 다른 방식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다만 폐지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이미 투자자들이 투자하고 있고 10조원 이상 규모가 형성된 상품을 상장 폐지하면 그 자체가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주게 된다”고 밝혔다. 시장을 열어놓은 뒤 규모가 급격히 커지면서 그대로 두기도, 다시 되돌리기도 어려운 정책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정부가 내놓은 개편안은 사실상 신규 공급부터 투자 진입, 매매 방식까지 전반을 다시 조이는 수준이다. 우선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인버스와 커버드콜을 포함한 단일종목 관련 상품의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기존 상품에 대한 광고와 이벤트성 마케팅도 즉시 금지한다.
개인 일반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은 현재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3배 높인다. 현재는 현금 외에도 주식·ETF·채권 등 대용증권 평가액의 70%를 예탁금으로 인정하지만 대용증권을 제외하고 현금만 인정한다.
기존 투자자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추가 매수하려면 매수 때마다 현금 3000만원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상장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소액 단기매매의 문턱도 높인다. 현재 1좌씩 사고팔 수 있는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증권사 전산개발을 거쳐 11월부터 매매 단위를 20좌로 확대할 예정이다. 투자자 사전 교육도 기존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리고, 실제 손실 사례 등을 반영한 심화교육과 평가를 강화한다. 증권사 LP의 국내 ETF·ETN 괴리율 관리의무 기준도 현행 3%에서 2%로 낮추고, 고의·중과실로 이를 위반한 증권사의 신규 LP 업무를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시장에서는 필요한 투자자 보호 조치라는 평가와 함께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임원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먼저 문을 열었다가 규모가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자 뒤늦게 진입장벽을 대폭 높인 모습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처음 제도를 설계할 때부터 시장 충격과 투자자 보호를 어느 수준까지 고려했는지가 정책 평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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