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은행·인뱅, 기업금융서 만나다]①
기업대출 수도권 7.3% 늘 때 지방 2.5%…증가 속도 3배 격차
지역경기 침체에 자금공급도 ‘온도차’…지역금융 악순환 우려
기업대출 1500조 육박…68% 수도권에 몰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일반은행과 특수은행을 포함한 국내 예금은행의 지난 6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1494조5761억원으로 1500조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돈이 흘러간 지역을 보면 수도권 쏠림이 뚜렷하다. 대출 취급 점포 소재지를 기준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 취급된 기업대출 잔액은 1013조9437억원에 달했다. 전체의 67.8%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업과 경제활동 자체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만큼 기업대출의 수도권 비중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지역 기업의 자금난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눈여겨볼 대목은 최근 대출 증가 속도다.
지난 1년간 수도권 기업대출 잔액은 55조7943억원 늘어 7.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방 기업대출은 11조3636억원 늘어 증가율이 2.5%에 그쳤다. 올해 들어서도 수도권은 4.6% 증가한 반면 지방은 1.6%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전체 기업대출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수도권과 지방의 자금 증가 속도 차이는 오히려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중소기업 돈줄도 온도차…수도권 4.8%↑·지방 2.4%↑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은행 대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지역별 대출 증가 속도의 차이가 더욱 중요하다. 대기업은 회사채 발행 등 자금조달 수단이 상대적으로 다양하지만 중소기업은 은행 차입이 주요 자금줄이기 때문이다. 실제 예금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지난해 6월 말 1095조5512억원에서 올해 6월 말 1137조8460억원으로 1년 새 3.9% 증가했다.
하지만 지역별로 나눠보면 온도차가 뚜렷하다. 같은 기간 수도권 중소기업대출은 671조8724억원에서 704조3억원으로 4.8% 증가한 반면 지방은 423조6788억원에서 433조8457억원으로 2.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도권의 증가 속도가 지방의 두 배에 달한다.
이에 전체 중소기업대출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6월 말 38.7%에서 올해 6월 말 38.1%로 0.6%포인트(p) 낮아졌다.
지방 중소기업대출 자체가 감소한 것은 아니다. 다만 전체 중소기업대출이 1년 새 42조원 넘게 늘어나는 동안 수도권에서 취급된 대출이 지방보다 빠르게 증가하면서 지역 간 격차가 나타났다. 은행권이 기업금융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늘어난 자금이 모든 지역에 같은 속도로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대출 늘리자니 연체 걱정…지방은행 ‘딜레마’
지방의 기업대출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더딘 배경에는 지역 경기 부진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 1분기 전국의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3.8%를 기록했지만 지역별 격차가 컸다. 수도권은 5.2% 성장한 반면 대구·경북권은 2.3%, 동남권은 2.0%에 그쳤다. 호남권과 강원권은 0% 수준에 머물렀다.
지역 경기 침체는 지역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주요 고객으로 둔 지방은행에도 부담으로 돌아온다. 금융당국의 지방금융 활성화 기조에 맞춰 기업대출을 확대해야 하지만 기업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무작정 대출을 늘리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지방은행의 건전성 지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부산·경남·광주·전북·제주은행 등 5개 지방은행의 올해 2분기 말 평균 연체율은 1.33%로 나타났다. 전북은행의 연체율이 1.69%로 전년 동기 대비 0.11%포인트 올라 가장 높았고, ▲광주은행 1.21% ▲경남은행 1.15% ▲부산은행 1.02% 등의 순이었다.
문제는 지역 경기 부진과 금융 공급 위축이 맞물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 기업의 경영 여건이 악화해 연체와 부실이 늘어나면 지방은행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자금이 필요한 지역 기업의 경영 여건은 다시 악화하고, 이는 또다시 부실 위험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당국의 생산적금융과 지방금융 활성화 기조에 발맞추기 위해 기업대출을 늘리려 애쓰고 있지만 워낙 지방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은행권에 대출 확대를 요구하기보다 금융회사가 지역 중소기업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수 있도록 유인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방소멸과 은행의 역할 강화 방안’ 보고서에서 “은행의 지방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각종 지원을 통해 같은 조건이라면 지방 중소기업이 수도권 기업보다 더 많은 대출 기회를 갖고 낮은 금리를 적용받도록 하는 한편, 은행에도 지방 중소기업에 대출해줄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은행의 역할을 자금 공급에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지방 소재 중소기업은 영세한 경우가 많아 기술은 있지만 경영 전반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지방 중소기업에 대한 경영 컨설팅은 대출을 시행하는 은행이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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