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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A to Z] 정의선 리더십은 지금부터, '가속 페달' 밟아야 하는 현대차
- 정의선 회장 퍼스트 무버로 '글로벌 빅3' 성장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 표방, 로봇 자율주행 등 과제 산적
중국 시장 회복이 미래 성패 관건으로 꼽혀
[이코노미스트 김두용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레이싱을 즐기진 않지만 누구보다 속도를 중시하는 유형이다. 수석부회장 시절부터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을 표방,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전략으로 빠르게 변속하며 ‘글로벌 톱3’ 자동차그룹으로 우뚝 섰다. ‘피지컬 AI(인공지능) 솔루션 기업’ 비전을 내세우고 있는 지금부터가 '정의선 리더십'이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하는 시점이다.
‘퍼스트 무버’ 전략 적중, 이제는 로봇·AI
2020년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세계 5위였던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판매순위는 2022년 ‘빅3’로 올라섰다. 수석부회장 시절인 2018년부터 스마트 모빌리티 기업을 비전으로 내세우며 앞장서서 움직였기 때문에 독일·일본 전통의 내연기관 강자들을 밀어내고 ‘글로벌 톱3’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친환경차로 빠른 전환이 르노-닛산, 제너럴 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을 따돌릴 수 있었다. 현대차 아이오닉, 기아 EV 등 전기차 시리즈를 토대로 친환경차 수요가 풍부했던 유럽과 북미 대륙을 공략한 게 주효했다.
하지만 정 회장은 취임 초기의 성과에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모빌리티 시장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장기화 등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와 관세 부과 등 대외적인 변수들도 정 회장을 가만히 두지 않고 있다.
이제 단순 자동차 기술이 아닌 ‘복잡한 연결’을 실현하는 기술이 중요해진 시대가 도래했다. 로봇과 AI 등의 기술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해졌고, 이를 일찌감치 예상했던 정 회장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고, 엔디비아와의 전략적 협업 등을 이어가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피지컬 AI는 자동차 그리고 로봇과 같은 개별 디바이스 지능화를 시작으로, AI 팩토리 같은 특정 공간의 지능화를 거쳐, 궁극적으로 전체 도시 인프라가 유기적으로 연결·운영되는 도시 레벨의 통합 지능화를 실현하는 것”이라며 피지컬 AI 비전을 제시했다.
언뜻 보기에는 이상적인 비전이지만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현대차그룹이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역량을 갖고 있다지만 로보틱스 기술의 상용화와 AI 기술 연계부터 쉽지 않은 난제다.
2021년 인수를 완료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로봇개 ‘스팟’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등을 공개하며 주목을 끌었다. 정 회장도 보스턴 다이내믹스 개인 지분을 25%까지 확대하며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상용화 지연과 누적 적자 증가 등으로 IPO(기업공개)가 지체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누적 순손실이 1조7558억원에 달한다. 생산 확대를 토대로 수익성 개선을 위해 로봇 기술을 제조·부품·물류·소프트웨어 역량과 결합한다는 계획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틀라스의 첫 대규모 실증 대상으로 자동차 공장을 선정했고, 2028년부터 현대차그룹의 조지아 공장에 투입한다는 계획인데 현대차 노동조합의 반대를 이겨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28년까지 미국에서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 생산거점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국내외 증권사들은 아틀라스의 3만대 생산능력 구축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AI를 탑재한 자율주행 양산차 계획도 늦어지고 있다. 당초 자체 AI 기술을 탑재한 자율주행 상용화를 2027년으로 잡았다. 하지만 센서 구성과 AI 개발 방향의 시행착오 등이 겹치면서 2029년 하반기로 늦춰졌다. 이에 강력한 경쟁자인 테슬라와의 기술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자체 기술의 상용화가 늦어지면서 현대차는 엔비디아 기반의 양산을 먼저 거치고, 경험과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한 뒤 기술 완성도를 높여 자체 개발하는 ‘아트리아 AI’ 적용 차량을 2029년 하반기에 출시한다는 전략이다.
중국 시장 ‘창과 방패’ 전략, 미래 성패
앞으로 정 회장의 화두는 대륙 공세의 대처법이다. 중국을 뚫기도 막기도 해야 하는 입장이라 ‘창과 방패’ 전략을 잘 가져가야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전망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과거의 영광을 회복하지 못하면 미래 성패를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2016년까지만 해도 현대차·기아는 중국에서 합계 판매량 110만대를 기록하며 시장 점유율 10% 안팎을 보였다. 하지만 사드 여파와 중국 현지 브랜드의 성장으로 점유율이 대폭 감소하기 시작했다.
정 회장이 수장으로 취임한 뒤 유일하게 판매량이 감소한 시장이 바로 중국 대륙이다. 2021년 47만7000대 수준에서 2023년 32만2000대로 줄었고, 2025년에는 20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현대차(베이징현대)만 따지면 지난해 12만8000대로 점유율 0.5% 수준으로 줄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감소폭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중국의 전기차 업체에 밀리면서 현대차의 판매량은 4만7839대까지 줄었다.
정 회장은 중국 시장을 다시 뚫기 위해 올해 베이징 모터쇼를 8년 만에 깜짝 방문하며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러면서 정 회장은 중국의 전기차에 대해 “중국 분들이 기술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정부에서도 지원을 많이 해줘 저희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많이 보고 배웠다”고 경계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중국 공략을 본격 재개하면서 2030년까지 판매량 50만대 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중국 전략형 모델 ‘아이오닉 V’를 선보였다. 현대차는 향후 5년간 중국 시장에 20종의 신차를 투입하는 등 공세를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 중국 내 경쟁력 확보를 위해 현지 배터리 업체 CATL과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업인 모멘타와도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공동 개발 등을 통해 맞춤형 상품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중국의 전기차 업체 비와이디(BYD), 지리 등의 공세를 버텨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미묘한 기류마저 맴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중국 자동차 생산도 긍정적”이라는 발언을 던져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만약 북미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가 풀린다면 현대차그룹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현대차는 중국 외 글로벌 시장에서도 중국 전기차에 매서운 공세에 고전하고 있다. SNE리서치가 조사한 올해 1~7월 전기차 판매량 순위에서도 중국 전기차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중국 외 시장에서도 BYD가 59만4000대로 폭스바겐, 테슬라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7.7%였던 점유율이 10.9%까지 올라갔다. 지리가 점유율 6.6%로 5위, 체리가 점유율 4.5%로 8위에 오르는 등 두각을 나타냈다.
현대차그룹은 점유율 8.1%로 4위를 기록했지만 점유율이 지난해 대비 0.4% 하락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독일의 자동차 기업들을 따돌리고 ‘세계 빅3’가 됐지만 앞으로 중국 시장의 실적에 따라서 위치가 달라질 수 있다. 정의선 회장이 누구보다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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