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유통은 이제 단순한 상품 구매를 넘어 물류 혁신·플랫폼 경쟁·새로운 소비 공간 창출까지 우리 일상과 맞닿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지완의 유통기한’은 유통 현장에서 포착한 흥미로운 소식과 기업들의 숨은 이야기를 정보의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에 발 빠르게 전합니다. <편집자주> 고객들이 신세계백화점과 연결된 타임스퀘어 1층에 아이돌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영상 이지완 기자]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앞에서 노숙인들이 잠을 청하고 있다. [사진 강예슬 기자]
불과 150m 남짓한 거리다. 서울 영등포역 교차로를 사이에 두고 롯데와 신세계의 주변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불이 꺼진 롯데백화점 주변은 인적이 드물어 한산하고 쓸쓸하다. 롯데백화점 주변에서는 야외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인들의 모습도 종종 볼 수 있다.
반면 신세계백화점 주변은 활기가 넘친다. 백화점과 연결된 타임스퀘어가 문화 공연의 일환으로 아이돌 팬 사인회, 유명 가수 공연 등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타임스퀘어의 문화 공연은 신세계백화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것이 백화점 푸드코트 매출 증대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최근 실적은 점포 인근 분위기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롯데백화점은 침체기에 빠졌고, 신세계백화점은 성장기에 돌입했다.
1991년 문을 연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시설 노후화와 주변 상권 경쟁 심화로 수년째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6년 연 매출 5000억원을 웃돌던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의 지난해 매출은 3146억원까지 떨어졌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의 몰락 이유로는 리뉴얼 실패가 꼽힌다. 앞서 지난 2020년 9월 롯데백화점은 영등포점을 리뉴얼하며 명품 화장품은 1층에 입점한다는 기존 공식을 깼다. 대신 MZ세대를 겨냥한 복합문화공간을 전면에 내세웠다. 당시에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현재는 지금의 실패를 불러온 요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백화점보다 한발 앞선 1984년 영등포점을 오픈했던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연 매출이 6562억원까지 치솟았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개장 이후 주춤했던 신세계백화점은 2009년 타임스퀘어 운영사 경방과 손잡고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양사의 협력이 2014년 여의도 IFC몰, 2021년 더현대 서울 오픈으로 인한 수요 분산을 최소화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롯데백화점은 영등포점의 현재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점포 리뉴얼 등에 나설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영등포점 운영권을 반납한 뒤 올해 재입찰에 나서 10년 운영권을 확보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의 계약은 5년 단위로 이뤄져 리뉴얼 등을 하기 어려웠다는 게 롯데백화점 측 설명이다.
물론 롯데백화점의 영등포점 리뉴얼 전략이 고객들의 발길을 되돌릴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리뉴얼 외에 답이 없다는 게 백화점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더현대 서울과 신세계백화점, 타임스퀘어는 모두 명품과 체험형 콘텐츠로 고객 유입을 늘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백화점이 기존 방식으로 경쟁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백화점 매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명품 확보가 중요하다고 본다. 롯데백화점도 영등포점 리뉴얼을 추진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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