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집단 100곳 시대]①
공시대상기업집단 첫 100곳 돌파…9년 새 57곳→102곳
플랫폼·핀테크·패션·PEF까지 합류…성장 방식·지배구조도 다양화
올해 새로 이름을 올린 기업집단을 더 들여다보면 변화는 뚜렷하다. 라인·토스 같은 플랫폼·핀테크 기업부터 패션기업 대명화학, 기업간거래(B2B) 소재기업 희성, 한국교직원공제회, 사모펀드(PEF)를 중심으로 형성된 QCP그룹까지 포함됐다. 공정위가 관리하는 ‘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의 면면이 과거 삼성·현대차·SK 등 전통적인 재벌그룹 중심에서 빠르게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집단 구성이 다양해진 만큼 그에 맞는 규제 방식이 필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조 클럽에 등장한 낯선 이름들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은 102곳으로 처음 100곳을 넘어섰다. 2017년 57곳에서 9년 만에 45곳 늘었다. 올해 새로 들어온 곳은 라인·한국교직원공제회·웅진·쉴더스(SK쉴더스)·대명화학·토스·한국콜마·희성·오리온·QCP그룹·일진글로벌 등 11곳이다.
대명화학은 이름만 들으면 화학기업을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 사업 포트폴리오는 전혀 다르다. 소비자가 일상에서 접하는 패션 브랜드부터 유통·물류·방송까지 다양한 사업을 거느리고 있다.
마뗑킴을 비롯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코닥어패럴, 말본골프, 키르시 등 백화점과 성수동, 온라인 패션몰에서 익숙한 브랜드들이 대명화학 계열사 또는 계열사가 전개하는 브랜드로 연결돼 있다. 모다아울렛과 패션플러스 등 유통망도 갖췄다.
패션 밖으로 나가면 더 의외다. 로젠택배와 PCB 제조업체 디에이피가 있고 낚시·레저 전문채널 FTV를 운영하는 한국낚시채널도 계열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뗑킴과 낚시방송, 택배회사를 연결하기 어렵지만 공정위 기업집단이라는 울타리에서는 모두 대명화학이라는 이름 아래 묶인다.
계열사 수는 더 늘었다. 지난 5월 지정 당시 대명화학의 계열사는 68개로 당시 삼성(67개)보다도 많았다. 이후 5~7월에만 7개사를 새롭게 계열 편입하며 몸집을 더 불렸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기업집단의 출발부터 기존 대기업과 다르다. 특정 창업주 일가가 아닌 교직원의 생활 안정과 복리 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지만 올해 처음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공제회 운용자산은 약 70조원에 달하지만 회원 부담금 등은 회계상 부채여서 전액이 기업집단 자산으로 잡히지는 않는다. 더케이예다함상조와 호텔·레저, 부동산 관련 계열회사 등을 포함한 기업집단 자산이 5조원을 넘으면서 올해 처음 ‘5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희성은 소비자에게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B2B기업이다. 범LG가에서 출발해 자동차 촉매와 전자·디스플레이 소재 등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올해 자산총액은 5조1950억원이다. 특히 산업용 귀금속 가격과 환율 상승으로 관련 계열사의 재고자산이 증가한 것도 5조원 돌파에 영향을 미쳤다.
웅진은 인수합병(M&A)으로 단숨에 ‘5조 클럽’에 복귀한 사례다. 지난해 상조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 지분 99.77%를 인수하면서 자산 규모가 크게 불어났다. 프리드라이프의 지난해 말 자산만 3조2817억원에 달한다. 이에 웅진의 기업집단 자산은 6조4950억원으로 늘어나며 12년 만에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같은 5조원, 다른 기업들…규제 틀 달라져야
올해 신규 지정 집단을 들여다보면 변화는 더 뚜렷하다. 한국콜마는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을 기반으로 K뷰티 확산과 함께 몸집을 키웠고, 오리온은 식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해 5조원 선을 넘어섰다. 라인과 토스는 대규모 공장과 생산설비를 기반으로 성장한 전통 제조기업과 달리 각각 플랫폼과 핀테크를 기반으로 기업집단을 키웠다.
기업집단이 만들어지는 방식도 달라졌다. QCP그룹은 창업주 일가가 회사를 세우고 사업을 확장해 계열사를 늘린 전통적인 기업집단과 성격이 다르다. PEF를 중심으로 기업에 투자하고 인수합병(M&A)을 거치면서 여러 회사가 하나의 기업집단으로 묶였다.
결국 자산 5조원을 넘은 102개 집단을 더 이상 과거의 ‘재벌’이라는 하나의 타이틀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전통 제조업 그룹부터 플랫폼·핀테크·패션·K뷰티·B2B 전문기업, 공제회와 PEF까지 같은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5조 클럽’이 100곳을 넘어서는 동안 기업집단의 업종뿐 아니라 성장 방식과 지배구조도 함께 다양해진 것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제도가 포괄하는 범위가 넓어진 만큼 규제 대상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히 ‘대기업집단=전통 재벌’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각 기업집단이 어떤 방식으로 성장했고 어떤 소유·지배구조를 갖고 있는지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대기업집단을 총수일가를 중심으로 성장한 제조업 그룹이라는 틀로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플랫폼, 금융, PEF 등 성장 경로와 지배구조가 다른 집단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공시대상기업집단 100곳 시대에는 단순히 규모뿐 아니라 각 집단이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고 지배되는지를 함께 보고 그에 맞는 규제 방식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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