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메르세데스-AMG GT 43, 달리는 그 자체로 아름답다 [타봤어요]
- 메르세데스-AMG GT 43 론치 에디션 시승기
국내 10대 한정판, 기계공학을 예술의 경지로
3박 4일간 650㎞ 달려도 놓기 아쉬운 운전대
최근 3박 4일간 서울과 경기 일대, 충남 보령 등을 오가며 약 650㎞를 달렸다. 하루도 빠짐없이 운전대를 잡았다. 짧지 않은 거리였지만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운전대를 놓는 순간이 아쉬울 정도다. 운전의 즐거움이 무엇인지 새삼 일깨워준 스승과도 같은 차다. 운전석에 올라타는 순간부터 다시 차에서 내리기까지, 모든 과정이 즐거웠다.
운전석에 처음 몸을 실으면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다. 마치 해먹에 엉덩이를 깊숙이 넣은 듯한 느낌이다. 일반 승용차와는 확연히 다른 낮은 시트 포지션이 낯설게 다가온다. 몸이 차체 깊숙이 파묻히는 듯하다. 몇 차례 시트를 조절하며 자신에게 맞는 자세를 찾는 과정이 필요했다.
최적의 시트 포지션을 찾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렇게 포근할 수가 없다. 단단한 시트가 몸을 감싸 안는 듯한 느낌이다. 낮은 곳에 앉아 있지만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몸이 차와 하나가 된 듯한 안정감이 느껴졌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낮은 시트 포지션이 시간이 지날수록 매력으로 다가왔다.
운전대를 잡으면 만족감은 한층 커진다. 특히 손에 닿는 소재가 인상적이다. 스웨이드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표면이 손바닥에 착 감긴다. 운전대를 쥐었다 놓을 때마다 느껴지는 촉감이 남다르다. 시트와 실내 곳곳에 적용된 고급스러운 마감까지 더해지면서 단순히 차를 조작하는 것을 넘어 만지는 행위 자체가 즐거워졌다.
실내 곳곳에선 벤츠 특유의 고급스러움도 느낄 수 있다. 시승 차량인 론치 에디션에는 레드 페퍼와 블랙 색상을 조합한 나파 가죽 인테리어가 적용됐다. 검은색과 붉은색의 대비는 고성능 스포츠카 특유의 역동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벤츠가 고급스러운 소재와 편안함으로 운전자를 만족시킨다면, AMG는 그 위에 스포츠카의 긴장감과 운전의 즐거움을 더한다.
손끝으로 느껴지는 감각도 다채롭다. 스티어링휠은 부드럽고, 시트의 나파 가죽은 매끄럽다. 스피커가 자리한 부분은 사뭇 다르다. 손끝으로 쓸어보면 미세하게 까끌까끌한 질감이 전해진다. 부드러운 소재 사이에서 느껴지는 거친 촉감이 재미있다. 눈으로 보는 고급스러움에 그치지 않고 손끝으로도 다양한 감각을 경험할 수 있었다.
운전석에서 느낀 만족감은 도로 위에서도 이어졌다.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면 귀가 즐거워진다.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소리부터 배기구를 타고 흘러나오는 묵직한 배기음까지, 어느 하나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괜히 자꾸만 듣고 싶어진다. 가속페달을 밟는 행위 자체가 즐거웠던 이유다.
AMG GT 43에는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 421마력, 최대토크 51㎏f·m의 힘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6초에 불과하다. 최고속도는 시속 280㎞다. 배기량만 놓고 보면 고성능 스포츠카에 걸맞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제원표에 적힌 숫자는 이런 걱정을 무색하게 만든다.
이 차에는 포뮬러원(F1) 기술이 녹아 있다.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전자식 배기가스 터보차저가 주인공이다. 전기모터를 활용해 터보차저의 반응성을 높인다. 엔진 회전수 전반에서 민첩한 반응을 이끌어내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AMG 스피드시프트 MCT 9단 변속기가 맞물려 엔진의 힘을 뒷바퀴로 전달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가속할 때의 감각이었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S)로 바꾸면 운전의 재미가 한층 커진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스포츠 플러스(S+) 모드를 선택하면 짜릿함은 배가된다. 고속주행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는 순간적으로 동공이 확장되는 듯했다. 엔진음과 배기음까지 귓가를 파고들면서 운전의 몰입감이 더욱 높아졌다.
산과 바다를 낀 노지부터 굽이진 와인딩 코스, 일반 공도까지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주행해봤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차체의 안정감이다. 굽은 길에서 속도를 유지한 채 코너에 진입해도 차가 전혀 불안하지 않았다. 낮게 깔린 차체는 운전대를 돌리는 방향에 따라 민첩하게 움직였고, 코너를 빠져나오는 순간까지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했다.
스포츠카 특유의 역동성과 안정감을 주행 내내 느낄 수 있었는데, 이 같은 주행 감각에는 AMG의 섀시 기술이 한몫한다. 시승 차량인 론치 에디션에는 각 바퀴의 댐핑을 노면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조절하는 AMG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이 적용됐다. 차체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고 노면과의 접지력을 유지하도록 돕는 장치다.
최대 2.5도까지 뒷바퀴를 조향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도 갖췄다. 저속에서는 회전반경을 줄이고 고속에서는 차체의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차가 움직인다는 믿음이 생기자 와인딩 코스를 달리는 재미도 한층 커졌다. 빠른 속도만큼이나 차를 원하는 대로 다룰 수 있다는 점이 AMG GT 43의 또 다른 매력이다.
운전의 재미에 집중한 만큼, 2열 공간은 아쉽다. 2+2 시트 구조를 갖췄지만 뒷좌석에 성인이 앉아 이동하기에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사실상 탑승 공간으로 활용하기는 어려웠다. 스포츠카 특유의 낮은 차체와 유려한 지붕선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상했던 부분이다. 대신 2열 시트를 접어 적재 공간으로 활용했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최대 675L까지 적재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AMG GT 43 론치 에디션의 가격은 1억6050만원이다. 일반 GT 43(1억4950만원)보다 1100만원 비싸다. 론치 에디션에는 숫자로 설명할 수 없는 만족감이 있다. 달리는 행위 그 자체로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주는 차다. 적어도 운전대를 잡고 달리는 순간만큼은 그 값어치를 충분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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