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블랙록도 짚은 ‘개혁의 지속적 실행’…‘코리아 프리미엄 위크’가 남긴 과제
- 42개 기관·55개 상장사 참여…국가대표 IR, 투자 성과는 검증 필요
블랙록 “개혁의 일관된 실행이 핵심”…홍보 넘어 시장 체질 개선 과제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한국이 글로벌 장기투자를 지속해서 유치하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혁의 일관된 실행이 핵심이다.”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세계에 알리는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에서 나온 이 발언은 행사가 남긴 과제를 보여준다. 주드 압델 마제이드(Joud Abdel Majeid) 블랙록 글로벌 파트너스 오피스 공동 총괄은 행사 개막식에서 한국의 기업 경쟁력과 시장 선진화 노력을 평가하면서도 장기 투자 유치를 위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며 제도 개혁의 지속적인 실행을 강조했다. 투자 매력을 설명하는 데서 나아가 투자자가 확인할 수 있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금융기관 한자리에 모여…후속 투자 검토가 관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공동 주관한 이번 행사는 9월 28일부터 10월 16일까지 일정으로 마련됐다. 올해 처음 출범한 국내 최대 규모 자본시장 기업설명(IR) 행사다. 증시 유관기관과 금융투자업계·언론사 등 42개 기관과 상장기업 55개사가 참여했다. 개별적으로 추진되던 행사를 통합해 한국 시장의 경쟁력을 홍보하고 투자자와의 소통을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약 3주에 걸쳐 25개 안팎의 프로그램이 편성됐다.
출발은 화려했다. 개막식에는 ▲일본 금융청 ▲골드만삭스·블랙록 등 글로벌 투자자 ▲유엔 책임투자원칙(UN PRI) 등 국제기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블룸버그 등 글로벌 지수사업자 ▲국내 증권사·자산운용사 및 상장기업 관계자 등 40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한국 시장을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에 설명할 무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첫 행사의 성과라는 평가다.
정부 정책과 기업의 성장 전략을 함께 제시한 방식에도 의미가 있다. 개별 기업 IR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지배구조와 시장 접근성, 제도 변화까지 투자자가 종합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국가 단위의 정례 소통 창구가 자리 잡으면 기업별 홍보를 보완하고 해외 투자자의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행사에는 자본시장 인프라 선진화와 경쟁력 강화, 시장의 질적 성장 등을 논의하는 세션이 포함됐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 설명회와 일대일 미팅, 국내외 연기금·국부펀드 및 글로벌 펀드가 참여하는 비공개 라운드테이블도 계획됐다. 정책 당국과 기업, 투자자의 논의를 연결하려는 구성이었다.
업계에서는 이번 행사가 글로벌 투자자와의 접점을 넓혔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투자 유치 성과를 판단하려면 행사 규모와 참석 인사를 넘어 후속 투자 검토와 실제 자금 유입을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기관이 한국 시장의 개선 방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과 실제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은 별개라는 설명이다.
특히 상법 개정 등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실제 이행과 안착은 여전히 과제로 여겨진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법 시행 전 직접 취득한 자사주에 원칙적으로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이 적용돼 기업들의 후속 이행을 지켜봐야 한다. 시장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강화한 시가총액 기준 상장폐지 제도는 행사 기간 중 문제로 드러났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후속 상장폐지 절차가 유예됐기 때문이다. 제도 도입 이후 기업의 이행과 안정적인 제도 적용에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점은 블랙록이 행사 첫날 강조한 ‘일관된 실행’과 맞닿아 있다.
행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국가 IR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성과를 확인하려면 참석자 수에 더해 후속 투자 검토가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살펴야 한다”며 “행사에 대한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이를 자금 유입으로 연결했는지는 별도의 검증 대상”이라고 말했다.
행사 기간의 증시 흐름은 오히려 반대로 움직였다.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이 한국 시장에 대한 실제 투자 확대로 이어질지는 더욱 불확실해진 모습이라는 평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13일 유가증권시장 정규장 마감 기준 외국인은 4조5259억원을 순매도했다. 10월 들어 순매도세는 더 강해졌다. 10월 1일부터 10월 13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시장에서 총 12조931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코스피는 10월 13일 전 거래일보다 348.89포인트(5.46%) 하락한 6035.35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5911.11까지 밀려 6000선을 내줬는데, 이는 7월 31일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0월 13일 각각 7.39%, 10.09% 폭락했다.
중국 창신메모리(CXMT)의 기술 추격 소식과 인공지능(AI) 사업 확대에 따른 자본 조달 부담이 반도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시장의 투자 매력을 홍보하는 동안에도 주력 산업의 성장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에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린 것이다. 이는 국가 차원의 홍보와 투자자 접점 확대만으로는 실적과 산업 전망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고 자금 흐름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중소형 기업이 실질적인 효과를 누렸는지도 따져볼 문제다. 행사 후속 기간에는 코스닥·코넥스 성장기업 IR과 산업 전망 세미나가 편성됐다. 대형주에 집중되기 쉬운 투자자의 관심을 성장기업으로 넓히려는 시도지만, 설명회 참여 기회가 실제 투자 검토와 후속 상담으로 이어졌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준비에 투입한 인력과 시간에 비해 기존의 개별 IR보다 효과가 높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며 “시장 구조의 취약성을 살피고 반도체 의존도를 높이기보다 다양한 업종과 성장기업으로 투자 기반을 넓히는 작업이 국가 단위 홍보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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