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일반
“한국이 차별한다” 美 빅테크 반발…앱마켓 수수료 갈등 확산
- [구글·애플 철퇴, 그 후]②
미·유럽은 수수료 인하, 한국은 제3자 결제에도 26% 부과
CCIA, “한국은 망 비용 강제하는 유일한 국가…차별 아냐”
[이코노미스트 정길준 기자] 한국만 앱마켓 수수료 차별을 겪는다는 거센 비판에 구글이 등 떠밀리듯 개편안을 냈지만 실효성에는 의문 부호가 붙는다. 정작 미국 빅테크 진영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터넷 트래픽에 값을 매기는 국가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국 시장 차별 논란 진실은
미국 컴퓨터통신산업협회(CCIA)의 조너선 맥헤일 디지털 무역 담당 부사장은 지난 11월 5일 온라인으로 열린 설명회에서 한국 정부의 과징금 부과 기조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CCIA는 구글·애플·아마존·메타 등 굵직한 IT 기업들을 회원사로 두고 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국제 비영리 무역 단체다. 맥헤일 부사장은 “한국 정부가 플랫폼 분야를 어떻게 다뤄 왔는지에 대한 집행 기록을 살펴보고 그것이 공정한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는지, 아니면 미국 기업에 불균형하게 타격을 주는 것으로 보이는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양대 앱마켓의 한국 시장 차별 문제에 관해 묻자 맥헤일 부사장은 과거 넷플릭스의 구독료 인상 사례를 꺼내며 갈등의 근본 원인으로 한국 고유의 망 비용 의무를 지목했다. 그는 “인터넷 사업자 사이를 오가는 트래픽에 가격을 매기는 나라는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고 꼬집었다. 한국 시장의 특수한 비용 구조와 재무적 공백 속에서 사업을 영위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국가별로 상이한 수익 모델을 채택하게 됐다는 취지다.
아울러 빅테크가 한국을 홀대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차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나아가 CCIA 측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최근 구글과 애플에 총 6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한 조치를 포함해 한국 정부의 규제 집행 방식이 미국 기업을 겨냥한 불균형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레버 와그너 CCIA 리서치센터 디렉터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지난 10년간 공정거래위원회 집행 조치 분석 연구에 따르면, 한국 내 사업 1달러 매출을 기준으로 산정할 때 미국 기업에 부과된 과징금은 한국 기업 대비 평균 5.1배에 달했다.
와그너 디렉터는 “위반 유형과 과징금 부과의 근거 법 조항을 통제하면 이 격차는 오히려 상당히 커진다”며 “과징금이 부과되는 거의 모든 조항에서 미국 기업이 한국 내 사업 1달러당 더 높은 과징금을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와그너 디렉터는 한국 법원이 자국 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과징금의 약 91%를 취소하거나 감경해 준 반면, 미국 기업 대상 상위 5개 과징금의 97%는 원안 그대로 유지되는 점을 조명했다. 양측 모두 과징금 집중도는 유사하게 나타나 소수 대형 사건의 착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 기업들이 국적을 이유로 불리한 표적 제재를 감내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CCIA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2026년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 응답자의 68.8%가 한국 규제 환경을 제한적으로 평가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업계는 해외 빅테크들이 시장 규모와 규제 압박을 따져가며 지역별로 수수료와 정책을 다르게 적용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규제 당국이 강력한 권한을 쥔 해외 주요 시장에서는 이미 수수료 체계가 대폭 인하됐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DMA)을 앞세워 규제 위반 시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를 과징금으로 매길 수 있는 제재망을 구축했다. 실제 유럽위원회는 애플에 5억 유로(약 7600억원), 구글에 8억9000만 유로(약 1조3500억원)의 철퇴를 내렸고, 그 압박에 눌린 애플은 유럽 내 인앱결제 수수료를 10~17% 수준으로 낮췄다. 제3자 결제에는 5%만 징수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연방항소법원의 독점금지 소송 결정에 따라 제3자 결제 시 조건부 0% 또는 15~27% 수준으로 수수료가 강제 조정됐다.
반면 2021년 세계 최초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입법한 한국은 다른 취급을 받는다. 구글과 애플은 한국 내 제3자 결제를 마지못해 허용하면서도 수수료율을 26%로 여전히 높게 책정했다. 국내 개발사가 결제대행사(PG)에 내야 하는 3~7%가량의 수수료를 별도로 얹고 보안과 환불 처리 운영비까지 부담하면, 실제 외부 결제 비용은 플랫폼 자체 결제 비용인 30%를 넘어 34~36%까지 치솟는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분석이다. 실질적인 인하 혜택을 기대할 수 없는 무의미한 꼼수로 평가받는다.
“한미 신뢰 관계도 고려해야”
여론이 악화하자 구글은 연내 적용 예정인 새로운 비즈니스 체계와 상생안을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구글플레이 연간 첫 100만 달러(약 13억4000만원) 수익 구간까지는 10%의 서비스 수수료를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카라 베일리 안드로이드 생태계 전략 담당 부사장은 고품질 경험을 선사하는 게임 개발자에게 스토어 내 노출을 늘리고 더 낮은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하는 이른바 ‘게임 레벨 업’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하며 상생 의지를 피력했다.
CCIA는 이러한 규제 갈등이 지난 2025년 기준 2390억 달러(약 321조원)에 달하는 한미 상품·서비스 교역 전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특히 전략·에너지 분야 2000억 달러 및 조선업 1500억 달러 규모의 대대적인 한미 투자 협력이 차질 없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양국 간 신뢰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맥헤일 CCIA 부사장은 “한국 정부와 한국 사회가 우리 회원사들이 제공할 수 있는 투자와 새로운 서비스를 유치하려면 지원적인 투자 환경과 규제 환경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며 “정치적 이유로 외국 기업을 겨냥하는 것은 인기가 있지만, 공정한 경쟁 보장이라는 규제기관 본연의 중립적 임무에 맞게 규제 수단이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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