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펀드 대주주 규제 논란]②
자본의 빛과 그림자, 맥쿼리의 인프라 투자
레버리지의 그늘 ‘홈플러스’ 사태… 오너리스크 해소 ‘남양유업’ 공방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2000년대 이후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PEF)는 불황기마다 ‘구원투수’와 ‘약탈자’라는 두 얼굴로 등장했다. 부실기업과 비효율적인 산업에 자본을 공급하고 정상화를 이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동시에 단기 수익에 치중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떠나는 ‘먹튀 자본’의 상징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이 논란의 시작점은 2003년 글로벌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한국의 외환위기 이후 부실해진 외환은행을 1조4000억원에 인수했다. 9년 뒤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면서 약 4조원의 차익을 남겼다. 당시 금융당국은 부실기업 정리와 외자 유치를 이유로 인수를 승인했지만, 일각에서는 “국부(國富)를 헐값에 넘겼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론스타는 인수 직후 자산을 매각하고 배당으로 대규모 현금을 회수했다. 이후 한국 정부의 매각 승인 지연을 문제 삼아 국제중재소송(ICSID)을 제기했고, 2022년 일부 승소했다.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서 ‘사모펀드=단기차익 자본’이라는 이미지를 굳히는 계기가 됐다.
‘먹튀자본’ 논란의 시작,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
호주계 맥쿼리그룹은 2002년 한국에 진출해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KIF·맥쿼리)’를 설립했다. 인천공항고속도로, 인천대교, 서울~춘천고속도로, 부산신항, 상암DMC 등 20여 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투자하며 인프라금융의 새 장을 열었다. 민간자본이 공공 인프라를 처음 운영한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됐고, 공공 재정이 감당하지 못한 영역을 보완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그러나 2007년 이후 ‘최소수입보장제도(MRG)’를 통한 과도한 수익보장 구조가 문제로 떠올랐다. 감사원과 국회는 “맥쿼리가 정부 보조금으로 높은 수익률을 보장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금으로 배당을 챙긴다”는 여론도 거세졌다. 고속도로 통행료 인상으로 서민 부담이 커졌고, 배당금 해외 송금 논란까지 겹치며 ‘먹튀자본’이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정부는 2015년 MRG 제도를 폐지하고 위험분담 조항을 강화했다. 이 사건은 공공성과 수익성이 충돌할 때 사모펀드가 어떤 방향으로 평가받는지를 보여준 사례였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인수와 매각 논란은 ‘제도의 허점’과 ‘시장 개척’이 공존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영국 테스코로부터 홈플러스를 약 7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자금의 상당 부분은 차입(레버리지드 바이아웃)으로 조달됐다. 이런 인수 방식은 자기자본 투입을 최소화하고 단기간에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구조다. 실제 홈플러스는 대형 점포 부지를 매각하고 리스백(재임차) 형태로 현금을 확보했다. 이 구조는 단기적으로 재무제표를 개선시켰지만 장기적으로 부채와 임차료 부담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유통망 축소와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어지자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형 구조조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홈플러스는 2025년 회생 절차에 돌입했고, MBK는 공식 사과문을 냈다. 그러나 노후 점포 리뉴얼과 일부 유통망 효율화를 통해 단기 경쟁력을 높였다는 긍정적 평가도 존재한다.
전혀 다른 결과, 홈플러스·남양유업 인수
한앤컴퍼니의 남양유업 인수는 오너리스크를 해소한 대표적 사례다. 2021년 5월, 한앤컴퍼니는 남양유업의 지분 52.6%를 인수하기로 했다. 당시 남양유업은 최대주주 일가의 사회적 논란으로 신뢰를 잃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홍원식 회장 측은 계약 이후 매각 절차를 지연하다 돌연 계약 해제를 통보했다. 한앤코 측은 “남양유업이 계약서에 없는 추가조건을 요구했다”고 주장했고, 소송으로 번진 이 사건은 2024년 대법원이 한앤코의 손을 들어주며 마무리됐다. 남양유업은 오너 일가의 지배를 벗어나 새 경영체제로 전환됐다. 사모펀드와 오너 간 갈등이 있었지만, ‘도덕적 리스크를 청산하는 자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로 기록된다.
이들 사례를 관통하는 공통점은 ‘단기 수익 추구’와 ‘지배구조 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충돌과 논란이 오히려 한국 자본시장 제도를 성숙시켰다고 평가한다. 정부는 레버리지 한도를 낮추고, 인수기업의 경영정보 공시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는 ESG 기준을 통해 ‘책임 있는 자본’만을 선별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제 사모펀드는 예전처럼 보이지 않는 자본이 아니다. 효율성과 이익뿐 아니라 브랜드 신뢰, 사회적 책임이 함께 평가받는 시대가 됐다”며 “앞으로는 장기적 시각에서 기업을 살리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정착시키는 다양한 사모펀드 모델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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