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차석용 매직'의 숫자 뒤에는 사람이 있었다 [새로나온 책]
- LG생활건강 18년 성공으로 이끈 배경은 사람이었다고 강조
“리더십은 관리 기술 아닌 용기를 돌려주는 힘”…CEO 28년의 결론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차석용이라는 이름에는 늘 숫자가 따라붙는다. LG생활건강 대표이사 18년, 매출 9배, 영업이익 65분기 연속 증가. 쌍용제지와 한국 P&G, 해태제과에서의 이력을 합하면 최고경영자(CEO)로 일한 기간만 20년을 훌쩍 넘는다. ‘직업이 CEO’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가 ‘하심’(자신을 낮춘다는 의미)이라는 책을 펴냈다.
성공한 경영자의 책에서 독자가 기대하는 것은 대개 비결이다. 어떤 전략을 세웠고 어떻게 위기를 넘겼는지를 묻는다. 또한 그가 일궈온 성과 수치를 궁금했을 것이다. 정작 저자의 답은 다른 곳을 향한다. 그는 “시간이 흐를수록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성과나 숫자가 아니라 사람을 믿었던 일”이라고 단언했다.
코카콜라 인수 장면에서 이를 느낄 수 있다. 2007년 당시 코카콜라의 한국 보틀링 사업은 3~4년째 적자였고 강성 노조가 세 곳이었다. 최종 입찰 이틀 전에는 인수가를 400억원 더 써야 한다는 연락을 받기까지 했다. 저자는 자신의 확신이 집착은 아닌지 의심했고, 당시 구본무 LG회장에게 포기 의사를 전했다. 다음 날 구 회장은 마포대교 끝에 차를 세우고, 그에게 돈보다 중요한 것은 사업을 살릴 수 있다는 확신과 열정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그날 밤 10시가 넘도록 협상을 이어 갔고 이튿날 입찰서를 냈다.
그는 이 일을 두고 “제가 만난 가장 위대한 리더는 결정적인 순간에 사람을 믿어주는 사람이었다”고 적었다. 그가 정의한 리더십도 여기에서 나온다. “리더십은 사람을 관리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에게 용기를 돌려주는 힘”이라는 것이다. 전략을 세우는 일은 리더 혼자 할 수 있지만, 멈춘 결정을 다시 움직이는 일은 누군가의 믿음이 있어야 가능했다고 고백했다.
다른 일화도 같은 결론에 닿는다. 쌍용제지 인수에서는 수십 차례의 협상과 법률 검토 끝에 거래 상대의 얼굴과 말을 마지막으로 확인했다. 해태제과에서 먼저 본 것은 나쁜 실적이 아니라 무너진 조직의 마음이었다. 그가 조직을 추스리고 안정화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P&G에서는 경영을 배웠고 해태에서는 사람을 배웠다”고 말한다.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회사로 해태를 꼽는 이유다.
그가 추구했던 리더십의 실제 작동 방식은 책 후반부 ‘CEO MESSAGE’에 있다.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임직원에게 보낸 글 가운데 16편을 골라 실었다. 내용은 거창하지 않다. ▲모르면 모른다고 말할 것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것 ▲나쁜 소식일수록 빨리 알릴 것 ▲직급보다 사실과 논리가 권위를 가질 것 등이다. 술·담배·골프·회식·의전을 하지 않아 ‘5무 경영인’으로 불렸다는 임직원의 회고가 이 글들을 뒷받침한다. 앞부분이 마음의 기록이라면 뒷부분은 그 마음으로 일한 방식의 기록이다.
책이 내놓는 결론은 새롭지 않다. 사람을 믿고, 원칙을 지키고, 자신을 낮추라는 말은 누구나 안다. 차이는 말한 사람의 이력에서 나온다. 그는 ‘장기 집권’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단 하루도 편안한 마음으로 회사를 다닌 적이 없다”고 했다. 18년의 숫자를 만든 사람이 끝내 숫자가 아닌 것을 남기려 한다는 점을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있다.
미국은 이렇게 일한다
UCLA 박사 출신의 전략가가 지난 20년 동안 미국 현장에서 연구원부터 임원, 법인장까지 거치며 체감한 보이지 않는 규칙들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저자는 미국 시장이 단순히 큰 시장이 아니라 고유한 규칙이 작동하는 생태계임을 보여준다. 실력에 앞서 ‘신뢰와 소개’로 비즈니스가 시작되고, 수평적인 조직 뒤에 숨은 엄격한 ‘수직적 책임 귀속 시스템’을 이해해야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시대예보: 수고인류의 시간
인공지능(AI)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송길영 작가는 ‘수고인류’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인간의 ‘수고’가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강조한다. 타인이 쉽게 복제할 수 없는 성취를 이룬 ‘원본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과 시간이 담긴 수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송 작가는 끊임없이 배우고 적응하며 자신의 가능성을 펼치는 삶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유니콘 설계자
30년 동안 15번이나 창업하고 총 10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달성한 연쇄창업가가 공개한 성공의 비결을 공개한 책이다. 저자는 유니콘을 만드는 힘이 ‘꾸준함’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창업→확장→엑시트→반복’이라는 네 단계로 사업의 프로세스를 설명하고, 단계별로 이야기·사람·돈·시스템이라는 프레임워크를 설정해 창업가가 마주할 난관의 해법을 제시한다. 창업부터 엑시트까지 안내하는 가이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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