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로봇이 일자리 대체하는 시대…취약 노동자부터 흔들린다
- [대체되는 사람들]②
기업은 자동화 가속…노동계는 고용 불안
고용 충격 막을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난항
문제는 자동화 흐름을 막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로봇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지만, 노동자의 고용 안정을 위한 대책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술 도입 자체를 막기보다 일자리 변화에 대비한 직무 전환과 재교육,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로봇에 빠진 한국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제조업 로봇 밀도는 근로자 1만명당 1220대로 세계 1위다. 제조업 근로자 약 8명당 산업용 로봇 1대가 가동되는 셈이다. 싱가포르(818대)와 독일(449대), 일본(446대) 등 주요 제조업 국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의 로봇 밀도는 2019년 이후 연평균 7%씩 증가했다.
반대로 제조업 고용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 취업자 수는 2019년 442만9000명에서 2024년 445만5000명으로 5년간 2만6000명(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 수가 145만3000명(5.4%)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16.3%에서 15.6%로 낮아졌다.
최근에는 제조업 취업자 수마저 감소하는 추세다. 2022년 450만3000명에 달했던 제조업 취업자는 2025년 438만2000명으로 3년 만에 12만1000명 줄었다. 특히 자동차 업종은 최근 제조업 고용 반등에서도 소외됐다. 올해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 동월보다 1만6000명 증가하며 27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자동차 분야에서는 취업자가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일자리 감소를 로봇 도입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자동화 확산이 신규 고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기업이 로봇 도입으로 생산성을 높이면서 기존 근로자를 직접 해고하는 대신 퇴직 인력을 충원하지 않거나 신규 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고용을 점진적으로 축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조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지속적인 임금 상승과 성과급 등으로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높은 데다 노동시장 경직성까지 겹쳐 있다”며 여기에 복수노조와 하청노조 등으로 노사관계가 복잡해지면서 기업들이 사람을 고용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서는 신규 인력을 채용하기보다 인공지능(AI)과 로봇에 의존하려는 유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산업 자동화에 따른 고용 충격에 대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산업전환 고용안정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에 따른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기로 했다. 기업의 기술 도입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파악하고 직업훈련과 전직 지원을 통해 일자리 감소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내년까지 직무별 AI 영향도를 분석하는 ‘한국형 AI 노출지수’를 개발할 계획이다. 산업과 연령별 고용 변화를 파악하는 조기경보 체계도 구축한다. 아울러 내년부터 2030년까지 100만명 이상에게 AI 관련 직업훈련을 지원하고 중장년 근로자의 재취업과 직무 전환을 돕는 제도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산업 현장에서 로봇 도입을 바라보는 노동계의 시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생산성 향상이라는 기업의 목표와 기존 일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노동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일부 노조는 고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기술을 도입하려면 노사 간 사전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동차 공장 생산라인 한 근로자는 “당장 피지컬 AI나 첨단 로봇이 실제 생산현장에 도입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들도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산업 현장은 어느 순간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노사간 합의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노조의 반발만으로 자동화 흐름을 막을 수 있느냐다. 기업들이 생산비용 절감과 품질 경쟁력 확보를 위해 로봇 활용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특정 사업장만 기술 도입을 늦추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충분한 고용 대책 없이 로봇을 투입하면 노동자의 반발과 노사 갈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관건은 로봇 도입을 막는 것보다 기존 노동자의 일자리를 어떻게 보호하고 전환할 것인지에 있다. 산업용 로봇과 휴머노이드의 활용이 확대되면 단순 조립과 운반 등 반복 작업의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로봇을 관리하고 정비하거나 생산 공정을 운영하는 업무의 중요성은 커질 수 있다.
차도완 국방대 AI·로봇학과 교수는 “로봇과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반복적이고 생산성이 중요한 업무부터 사람을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문제는 이러한 변화의 충격이 고용이 불안정한 취약 노동자들에게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화상담사만 보더라도 AI 도입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지 않나. 고용 보호가 취약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나 공감대가 형성됐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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