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국민 즉석밥’ 넘어 대표 K-푸드로…햇반, 2028년 매출 1.5조 도전 [가봤어요]
- ‘출시 30년’ 햇반, 국내외 누적 매출 10조
韓 ‘잡곡밥’ 집중…미주·유럽 중심 해외 진출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반도체 공장 같다.”
지난 21일 서울에서 차로 두 시간 가까이 달려 도착한 충북 진천 CJ블로썸캠퍼스에서 햇반 생산 공정을 보며 든 생각이다.
햇반 공장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먼지와 미생물을 제거하는 ‘에어샤워(air shower) 룸’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에어샤워 룸을 통과해 생산 현장에 들어서자 세척 후 불린 쌀이 용기에 담겨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빠르게 이동 중인 모습이 보였다.
햇반 4200개가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었지만 밥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미생물 오염을 막기 위해 공기 중 입자나 먼지 등을 차단하는 ‘헤파 필터’ 때문이다. 햇반 공장은 반도체 공정 수준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까지 잡아내는 ‘클린룸’(무균실)을 갖췄다.
지난 2017년 8월 착공해 2018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CJ블로썸캠퍼스의 설비에선 세월의 흔적이 보였지만 깨끗하게 잘 관리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CJ블로썸캠퍼스는 햇반과 가정간편식(HMR) 등 CJ제일제당의 주요 식품을 생산하는 한국 최대 규모의 가공식품 공장이다. 이곳의 대표 생산 제품 중 하나는 ‘햇반’이다. CJ블로썸캠퍼스의 총 6개 라인에서는 1년에 약 2억8000만개의 햇반이 만들어진다.
“해외 매출 비중 15→25% 목표”
CJ제일제당은 이날 CJ블로썸캠퍼스에서 즉석밥 브랜드 햇반의 출시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오는 2028년까지 국내외 연매출 1조5000억원을 달성하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숙진 CJ제일제당 식품마케팅실장 겸 한국사업본부장은 “햇반은 30년 동안 한국에서 밥을 시대와 세대에 맞게 진화·발전시키며 여러 제품군을 구축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해 왔다”면서 “이제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 밥을 중심으로 한국의 식문화를 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햇반 브랜드는 지난 2023년 국내외 합산 매출 1조원을 처음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에는 1조100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성과를 거뒀다. 1996년 출시 이후 올해 말까지 30년간 국내외 누적 매출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CJ제일제당은 국내에서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맞춰 잡곡밥 시장에 지속적으로 집중하고, 개인의 건강 고민과 요구에 맞춘 제품으로 햇반을 발전시킬 계획이다. 최신 유행 식문화를 반영한 트렌드성·시즌성 상품군도 확대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덤플링’(Dumpling) 시장을 ‘만두’(Mandu)로 바꾼 데 이어 즉석밥 시장에서도 ‘한국식 밥 문화’를 전파할 방침이다.
밥알이 잘 떨어지는 밥에 익숙한 해외 소비자에게 ‘한국의 찰진 밥’(bibigo Sticky White Rice)을 소개하며 ‘넥스트 K-웨이브(Wave)’ 대표 제품으로 키운다. 향후 일상적 한식 밥 메뉴 등 다양한 제품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해 글로벌 두 자릿수대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현재 햇반은 미국·캐나다·호주·멕시코 등 전 세계 60여 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지난 2017년 비비고 브랜드로 미국 가공밥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햇반은 최근 5년 동안 해외 매출이 연평균 약 30% 증가하며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해외 매출 비중도 지난 2021년 8%에서 지난해 15%까지 늘었다. CJ제일제당은 미주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오는 2028년까지 햇반의 해외 매출 비중을 20~25%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美 침투율 2%…성장 여력 20배 ↑
CJ제일제당이 쌀 문화권이 아닌 미국과 유럽을 햇반의 주요 진출지로 삼은 이유는 가공식품 소비가 많고 타 문화권 음식에 대한 수용도도 높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미주와 유럽 시장을 우선 공략한 뒤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가공식품 시장이 성장하면 진출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민텔에 따르면 미국에서 주 1회 이상 쌀을 먹는 소비자 비중은 지난 2023년 37%에서 작년 45%로 증가했다. 상온 즉석밥·냉동 밥·김밥 등 미국의 상품 밥 시장이 커진 영향이다. 미국에서 소비되는 쌀 대부분은 이른바 ‘안남미’로 불리는 인디카(장립종) 쌀이다.
김 실장은 “즉석밥을 먹는 미국인 100명 가운데 안남미보다 찰기가 많은 자포니카(중단립종) 쌀을 사용한 햇반의 소비자는 2명 정도”라며 “현재 침투율이 2%가량인 햇반이 안남미로 만든 즉석밥을 대체한다면 지금보다 20배 넘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우선 미국에서 ‘bibigo Sticky White Rice’라는 이름으로 판매 중인 ‘햇반 백미’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 햇반 백미가 어느 정도 시장에서 자리를 잡으면 안남미 햇반 등 장립종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K-푸드의 글로벌 인식 전환과 브랜드 인지도 강화를 위해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 광고와 현지 인플루언서 협업 등을 통해서 ‘Sticks To Anything’(무엇이든 잘 어울린다)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향후 현지 취식 행태를 반영해 한국식 밥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한국 일상 메뉴의 상품화를 추진하면서 글로벌 영토를 확장할 예정이다.
김 실장은 “햇반을 만두에 이은 ‘넥스트 K-웨이브’ 대표 제품으로 키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생활을 바꾼 밥의 혁신을 넘어 세계인이 밥을 즐기는 방식을 변화시켜 국내외 조 단위 사업 도약을 향해 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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