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AI 성장판 닫히나”… 美 ‘블루웨이브’에 반도체주 우수수
- 미국 중간선거 민주당 압승 이후 반도체 관련주 급락
코스피도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서킷브레이커 발동
전문가 "주가 급락은 과장된 반응" 평가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11월 3일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석권하는 이른바 ‘블루웨이브’가 현실화하면서 반도체 관련주가 직격탄을 맞았다. 민주당이 데이터센터 규제 강화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거센 매도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AI 인프라 확장이 둔화하면 메모리 반도체 생산 기업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공포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 주가도 급락했다.
지난 5일 코스피는 300.00포인트(5.28%) 내린 5,383.80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약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조 4242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6일에는 코스피가 전날보다 120.54포인트(2.24%) 내린 5263.26으로 개장한 뒤 불과 몇 분 만에 낙폭이 8% 이상 확대되면서 5000선을 내줬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매매가 20분간 일시 중단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6.19% 내린 5050.29로 마감했다. 5000선은 지켰지만, 10월 28일 6000을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8거래일만에 1000포인트 가까이 빠진 셈이다.
코스피 하락을 견인한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40% 이상을 담당하는 두 종목은 5에만 각각 7.57%, 9.46% 하락했다. 6일에는 6.35%, 10.76% 빠졌다. 삼성전자 주가는 18만8700원, SK하이닉스는 113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증시 급락의 원인으로는 미국 민주당이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꼽힌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전국적인 데이터센터 건설 유예를 요구했고, 지나 히노호사 텍사스 주지사 당선인은 주민 보호를 위한 법안이 마련될 때까지 데이터센터 인허가를 중단해야 한다고도 했다. 데이터센터에서 소비하는 전력이 가계 전기료 상승과 지역 수자원 고갈을 유발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여기에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일부 AI 인프라 임대 사업자와의 계약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공포감이 확산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MS는 네비우스, 아이렌, 엔스케일 등 자금 조달 의존도가 높은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의 프로젝트 위험을 재평가하고 불확실한 사업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AI 인프라 확장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공급 과잉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AI 산업의 바람을 타고 성장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래 성장성이 위협받을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증시 급락에 대해 최악의 시나리오를 미리 반영한 과도한 투매 국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인허가 규제가 강화되더라도 이미 착공에 들어간 시설이나 2027년 가동 예정인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설비투자 여력과 핵심 경쟁력 확보 의지가 여전히 강고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당장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2~3년 후의 성장 가시성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 만큼 단기적인 주가 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도 “AI 패권 경쟁 측면에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근원적 제한은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반도체 업체들의 단기 과락을 활용할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주가 급락은 AI 경쟁의 본질 속에서 ‘정치적 언어’에 과장된 반응으로 평가된다”며 “메모리 산업의 순환적 특성을 고려할 때 현 레벨에서 투자자 기대감은 향후 상방을 향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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