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분 대기는 기본…떡 사려고 오픈런에 웃돈 거래까지
두쫀쿠·버터떡 이은 찹쌀떡 유행…‘쫀득함’에 빠진 2030
[이코노미스트 강예슬 기자] 누구나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을 담은 ‘위시리스트’ 하나쯤은 품고 삽니다. ‘강예슬의 위시리스트’는 최근 소비자가 가장 열광하는 상품과 브랜드, 공간과 경험 등을 찾아 소개합니다. 단순히 인기 제품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했는지를 짚어 봅니다. 사고 싶은 마음 뒤 숨겨진 소비 흐름과 업계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지난 10월 12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지하 1층 한정선 매장에서 직원이 고객의 대기 번호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강예슬 기자] “접수하고 오셨나요? 대기 등록은 지하 2층에서 하시면 됩니다.”
지난 10월 12일 오후 2시쯤 찾은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지하 1층 ‘한정선’ 매장은 입장부터 쉽지 않았다.
서울 성수동에 본점을 둔 한정선은 ‘줄 서는 찹쌀떡 집’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입소문이 난 과일 찹쌀떡 브랜드다. 본점은 물론 서울역, 롯데백화점 본점, 더현대 서울 등 주요 지점에선 최소 수십분 대기가 필수다.
직원의 안내에 따라 지하 2층으로 내려가니 태블릿 세 대가 보였다. 이름과 전화번호, 입장 인원 등을 입력하고 접수를 끝내자, 앞에는 총 207팀이 대기 중이었다. 현장 직원은 1시간~1시간 반 정도 기다려야 할 거라고 안내했다.
약 한 시간 후 입장 순서를 알리는 메시지가 왔다. 서둘러 매장으로 가 직원에게 대기 번호를 보여준 뒤 주문하는 줄에 합류할 수 있었다.
투명한 진열대 안에는 형형색색의 한지로 감싼 ▲두바이 ▲무화과 ▲골드 파인애플 ▲골드키위 ▲통귤 ▲홍시 ▲앙버터 등 찹쌀떡 7종과 ▲꿀자몽 ▲샤인머스캣 ▲블루베리 ▲무화과 ▲멜론 등 요거트 찹쌀떡 5종이 놓여 있었다.
원하는 상품을 골라 결제한 후 따로 마련된 대기 줄에 서면 직원이 찹쌀떡을 들고 와 영수증에 적힌 번호를 부른다. 번호가 호명되면 제품을 받을 수 있다.
인스타그램 ‘고디바 모찌’ 관련 게시글. [인스타그램 갈무리] 새벽부터 줄 서도 못 먹는 ‘고디바 모찌’
매장에서 찹쌀떡 10개를 구매한 김선정씨(49)는 “중학생 딸이 성수동 본점에서 두 시간을 기다려 한정선 찹쌀떡을 사 왔는데 맛있어서 또 먹고 싶다고 해 더현대 서울점에 방문했다”며 “보통 대기 시간이 두세 시간을 훌쩍 넘는다는데 오늘은 한 시간 정도 기다린 뒤 입장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딸이 원래 찹쌀떡을 좋아하지 않는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에서 한정선 관련 콘텐츠를 보고 한정선에 빠졌다”면서 “한정선은 가격이 비싸고 대기가 길다 보니 집에서 라이스페이퍼로 ‘짭정선’(가짜 한정선)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대기 접수 현장에서 만난 직장인 남모씨(41)도 “근처에서 일하는데 여자 친구가 한정선을 사다 달라고 해서 왔다”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대기가 이렇게까지 길진 않았는데 최근 갑자기 사람이 몰려 자주 오기 힘들다”고 했다.
찹쌀떡(모찌)의 인기는 글로벌 디저트 브랜드까지 이어졌다. 벨기에 프리미엄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는 지난 9월 10일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신규 매장을 열면서 롯데월드몰 전용 메뉴로 모찌를 선보였다.
모찌 속 내용물에 따라 ▲프랄린 ▲생과일 ▲젤라또 등 3종류로 나뉘며, 초콜릿 가나슈에 딸기·귤·바나나 등 과일을 넣은 생과일 모찌가 특히 인기다.
‘고디바 모찌’는 SNS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며 연일 오픈런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하루에 150개만 한정 판매하는 모찌를 사기 위해 전날 저녁부터 줄을 설 정도다.
지난 10월 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전 6시경 매장에 방문했는데 이미 100명이 넘는 사람이 대기 중이었다”면서 “예전에는 오전 6시 반 전에 오면 모찌를 살 수 있었는데 이제 6시에 와도 구매가 불가능하다”는 후기가 올라오기도 했다.
한 중고 거래 플랫폼에는 고디바 모찌 4개를 10만원에 사겠다는 사람도 등장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고디바 모찌 대리 구매 시 수고비는 개당 최대 7만원까지 치솟았다.
고디바는 현재 롯데월드몰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고디바 모찌의 판매처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디바 관계자는 “향후 고객 반응과 매장 운영 여건 등을 고려해 롯데백화점 점포를 중심으로 고디바 모찌 판매처 확대를 고민할 것”이라며 “아직 타 매장으로의 확대 여부나 구체적인 일정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객들이 서울시 송파구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 1층에서 열린 ‘전국떡지순례 시즌2’ 팝업스토어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롯데백화점] ‘떡지순례’ 열풍에 떡 팝업도 인기
생과일과 초콜릿을 넣은 찹쌀떡뿐 아니라 ‘피자설기’도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인기다. 백설기에 페퍼로니와 올리브, 치즈 등 피자 재료를 올린 피자설기는 부산 영도의 ‘영도다리떡방’에서 처음 선보인 뒤 SNS를 통해 알려졌다. 이후 전국의 떡집에서도 앞다퉈 피자설기를 내놓으며 유명 떡집을 찾아다니는 이른바 ‘떡지순례’(떡+성지순례) 열풍에 불이 붙었다.
명절이나 잔칫날 먹는 ‘어르신 간식’으로 여겨지던 떡은 최근 유행을 주도하는 ‘핫’한 디저트로 부상했다. 과일·요거트·초콜릿·피자·생크림·피스타치오 등 젊은 층이 좋아하는 재료를 조합해 MZ 세대의 입맛을 저격한 점이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쫀득한 식감에 대한 선호도 떡 열풍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올해 ‘두바이 쫀득 쿠키’와 ‘버터떡’ 등 쫀득한 식감을 강조한 디저트가 잇따라 유행한 데 이어 과일과 요거트, 초콜릿 등을 채운 찹쌀떡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모습이다.
떡의 유례 없는 인기에 떡을 주제로 한 팝업스토어도 흥행 중이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8월 14일부터 20일까지 더현대 서울에서 운영한 ‘창억떡’ 팝업에는 누적 1만명이 방문했다. 백화점 개장 몇 시간 전부터 오픈런이 발생할 정도였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8월 ‘전국떡지순례’ 팝업을 처음으로 열었다. 5개 브랜드가 참여한 팝업에는 약 2만명이 방문했다. 행사 기간 하루 평균 100여 명의 대기 고객이 발생했고, 잠실점 본관 베이커리·디저트 부문에서 일평균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떡의 인기에 힘입어 롯데백화점은 지난 10월 9일부터 15일까지 잠실점 지하 1층에서 ‘전국떡지순례 시즌2’ 팝업을 운영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팝업 개최 후 3일 동안 롯데타운 잠실 베이커리 상품군 구매 고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가량 늘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올해 여름 처음 선보인 전국떡지순례 팝업은 K-디저트인 떡 열풍에 착안해 기획한 행사”라면서 “떡에 대한 관심과 지난 행사에서 확인한 고객 반응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참여 브랜드를 기존 5개에서 8개로 확대하고, ▲육구방앗간 ▲영도다리떡방 ▲대흥떡집 등 떡집 5곳을 새롭게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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