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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대신 수소, 문제는 가격…철강업계의 ‘탈탄소 청구서’ [회색빛 韓 수소]②
- 설비 전환에 수십조원…저렴한 청정수소·전력 확보도 과제
높아진 원가는 누가 부담하나…저탄소 철강 수요 확대 관건
관건은 설비 밖에도 있다. 석탄을 수소로 바꾸더라도 수소와 전력 생산 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면 감축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설비 전환과 청정에너지 확보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면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 기술 개발을 넘어 공급망 구축과 저탄소 철강 수요 확대가 과제로 꼽힌다.
고로 전환비용 수십조원…청정수소 확보도 과제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2028년까지 경북 포항에 연산 30만톤 규모의 수소환원제철 실증설비를 구축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자체 개발 중인 ‘하이렉스’(HyREX) 기술의 상용화 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정부도 지난해 총사업비 8146억원 규모의 실증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시켰다. 2030년까지 국비 3088억원 등이 투입된다.
수소환원제철은 쇳물을 만들 때 석탄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기술이다. 철광석은 철과 산소가 결합한 상태로, 쇳물을 만들려면 산소를 떼어내야 한다. 기존에는 석탄을 이용해 산소를 제거하면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했지만, 수소를 사용하면 산소가 수소와 결합해 물이 만들어진다. 하이렉스는수소로 산소를 제거한 철광석을 전기용융로에서 녹여 쇳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철강 생산 과정의 탄소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비용이 문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포스코의 기존 고로를 모두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하는 데 약 54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기존 설비의 매몰 비용과 신규 건설비가 각각 27조원이다. 현대제철 등을 포함한 철강업계 전체 전환비용은 약 68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설비를 바꾼 뒤에도 과제는 남는다. 환원재로 사용할 청정수소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기존 고로에서는 석탄이 환원제의 원료이자 에너지원으로 쓰였지만, 수소환원제철에서는 수소와 전력의 공급 기반을 함께 갖춰야 한다.
포스코그룹도 지난 7일 정부의 ‘한국형 녹색대전환’(K-GX) 전략 행사에서 수소환원제철 상용화를 위해 저렴한 청정수소와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제철소가 24시간 가동되는 만큼 에너지 공급 차질은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위해 포스코그룹은 포항을 중심으로 철강 탈탄소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아울러 기술 개발과 설비 전환은 기업이 맡고, 정부는 청정에너지 공급 기반과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는 민관 협력체계도 제안했다. 제철소 내부의 공정을 바꾸는 것과 함께 외부의 에너지 공급망도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다.
청정수소 공급망을 확보하더라도 가격 문제가 남는다.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하는 수전해 방식은 기존 화석연료 기반 수소보다 생산비가 높다. 수전해 설비 구축비와 전력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수소환원제철은 대량의 수소를 사용하는 만큼 작은 가격 차이도 철강 생산 원가에 영향을 미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그린수소(재생에너지 기반 수소)의 생산원가는 지역에 따라 ㎏당 3달러 초과~10달러 이상으로, 화석연료 기반 수소(1달러 미만~4달러 초과)보다 대체로 높았다. IEA는 기존 생산방식과 경쟁하려면 대부분의 산업에서 수소 가격이 ㎏당 2달러 미만이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분석이 나왔다. 기후솔루션이 지난해 발표한 ‘수소환원제철 국내 정착을 위한 핵심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그린수소 가격이 낙관적으로 하락하더라도 2050년 수소환원제철의 철강 생산원가는 기존 고로·전로 방식보다 톤당 약 30만원 높을 것으로 추산됐다.
높아진 생산비를 누가 부담할지도 문제다. 철강사가 비용을 모두 떠안으면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고,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 자동차와 조선, 건설 등 수요기업의 부담이 커진다. 가격 경쟁이 치열한 철강시장에서 생산비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온전히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 탄소배출을 줄인 철강에 추가 가격을 인정하는 이른바 ‘그린 프리미엄’ 시장이 필요한 이유다.
탄소배출 비용도 변수다. 배출 비용이 커질수록 기존 방식과 비교한 수소환원제철의 가격 경쟁력은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정부는 2026~2030년 철강 등 주요 수출 업종에 배출권 100% 무상할당을 유지하기로 했다. 할당량을 초과하면 비용이 발생하지만, 탄소배출 비용만으로 대규모 설비 전환을 유도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정부 지원이 기술 개발을 넘어 에너지 공급과 수요 확대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증사업에 대한 재정 지원과 별개로 청정수소 공급망을 구축하고, 저탄소 철강을 구매할 시장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설비 투자와 생산비 상승을 함께 감당해야 하는 만큼 기업의 노력만으로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는 석유나 액화천연가스(LNG)처럼 연료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수소 공급 인프라 구축은 개별 기업의 영역을 넘어 산업 전반의 과제인 만큼 안정적인 공급망과 가격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환원제철은 전력 소모도 상당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소 가격과 에너지 비용이 뒷받침돼야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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